정지원 손보협회장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의료-보험계 갈등 아냐"

대담=강기택 금융부장, 정리=전혜영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1. 4. 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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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특정 산업 이익이 아닌 소비자보호 위한 것, 더 미룰 수 없어"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의료업계와 보험업계 간의 갈등이 아니다. 특정 업권의 이익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동네 의원까지 모든 의료기관이 청구 전산화 작업에 동참해야 한다.”

지난 1일 취임 100일을 맞은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마련해야 할 주요 법안 1순위로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거론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안되는 게 없는 시대가 됐는데도 유독 실손보험을 청구할 때만 종이서류를 발급 받는 낙후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국민의 편익 관점에서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어떤 보험상품보다 국민들의 삶에 민감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인상의 악순환도 끊어내겠다고 했다.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로 인해 보험료가 올라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상품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여서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을 만나 소비자보호 등 보험업계에 산적한 현안과 과제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봤다.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보험업계를 경험한 소감은.
▷공직생활 동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을 거치며 보험업을 다룬 경험은 있지만 막상 직접 와 보니 생각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정책당국과 현장 간에는 인식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협회는 그 차이를 줄이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당국과 업계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소통촉진자’ 또는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다. 일단 지금 업계의 가장 큰 문제인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손해보험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일부 의료기관과 가입자들의 과잉진료 등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됐다. 정상화 방안이 있나.
▷실손보험은 불필요하게 새는 보험금이 가장 문제다. 보험금 누수가 많아질수록 보험료가 오른다. 보험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수다. 예를 들어 현재 과잉진료가 심각한 비급여 영양제나 도수치료, 백내장 등 특정 항목에 대해 정부가 집중 점검하고 수가나 진료량 등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해 관리체계를 우선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확대하고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표준코드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서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오는 7월에 상품구조를 전면 개편한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원하면 편하게 신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함께 제도와 절차를 정비해 나가겠다.

-자동차보험도 실손보험 못지 않게 적자가 심하다. 일부 경상환자의 치료비 급증 문제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자동차보험에서 경상환자 비중이 약 95%에 달한다. 산재보험이나 건강보험 등과 달리 자동차보험은 진단서 같은 객관적인 증빙 없이 주관적인 증상 호소만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게 ‘구멍’이다.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한방진료비가 급증해서 피해자당 손해액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하반기 중에 치료비 보상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치료비 전액지급제도’가 개선되고 ‘진단서 제출 의무화’가 도입되면 일부 무분별한 과잉진료를 사전 차단하는 등 도덕적 해이 방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방 과잉진료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수가기준을 결정하는 기구 신설과 관련한 법령 개정을 유관기관과 협의 등을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경상환자에 대한 첩약의 1회 처방일수 단축 등을 골자로 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생계형 보험사기도 급격히 늘고 있다. 대책이 있는가.
▷ 2016년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됐지만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에 무직이나 일용직에 의한 생계형 보험사기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보험사기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쉽게 보험금을 챙기면서 적발될 가능성은 낮다는 인식 때문이다.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 보험업 관련 종사자가 가입자를 보험사기 공범으로 유인하는 것은 폐해가 심각하다. 보험사기를 친 돈을 환수하는 비율이 20%도 안 된다는 것도 문제다. 보험업계 종사자들의 경우 가중처벌하고, 가로 챈 보험금은 철저히 환수해 보험사기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등 관련 법·제도개선을 국회와 금융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다.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 중에 법적인 기반 마련이 중요한 것들이 많다.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실손보험금 청구전산화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국민의 편익 관점에서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법안이다. 실손보험은 현재 전체 국민 중 약 3900만명(단체 보험 포함)이 가입한 사실상 제2의 국민의료보험이다. 하지만 건강보험과 달리 실손보험은 보험금 청구를 할 때는 여전히 종이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해하기 어려운 낙후된 방식으로 인해 소비자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전산화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서 하는 거다. 가입자가 원하면 병원에서 바로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실손보험금 청구전산화가 신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국회를 비롯해 당국, 의료계와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는데 업계에 혼란이 적지 않다. 어떻게 대응해 나갈 건다.
▷법 시행이 이미 예정됐던 만큼 그동안 업계가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금융당국이 6개월 간 컨설팅 중심의 감독기간을 줬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제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업계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들리는 문제점이나 어려움을 그때그때 파악해 해결하겠다. 또 금소법이 조속히 안착할 있도록 지원하겠다. 보험업이 다른 금융권에 비해 유난히 민원이 많다. 금소법이 자리잡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민원에 대해 업계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업권 공동의 방안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으로 민원대응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불법 허위·과장광고가 규제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협회를 중심으로 광고 관련 규정을 개선해 불완전판매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새로운 위험이 생기면서 손해보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4차산업 등 각종 새로운 위험이 나타나면서 손해보험에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 때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자연재해 등에 취약한 사회주체를 보호하기 위해 공·사 협력 보험시스템 도입을 정책당국 등과 협의해 검토할 계획이다. 또 여행이나 결혼식과 같은 행사 취소 피해구제를 위한 보험 활성화도 지원할 예정이다.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발전으로 안전보험 관련 수요도 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하는 보험상품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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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강기택 금융부장, 정리=전혜영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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