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피어오른 벚꽃..4월 실적장세 '탄력' 키우나

이은정 2021. 4. 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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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초대형 인프라 부양책에 경제 지표 호조
코스피, 3100선 돌파..반도체 투자 움직임·차 호조
외인 기관 매수세..버핏지수 120% 과열 신호도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2분기 들어 글로벌 증시에도 벚꽃이 피어올랐다. 뉴욕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역대 처음으로 4000 고지를 돌파했다. 미국의 초대형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 계획과 주요 경제지표 호조 속 금리가 안정세를 이어가면서다. 백신 보급도 경기 회복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는 모처럼 훈풍을 맞았다. 코스피 지수는 한 달여 만에 3100선을 탈환했다. ‘국민주’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월 25일 이후 최고가(8만4800원)로 상승세에 시동을 걸었다. 이달 본격화되는 어닝시즌도 기대 요소다. 다만 증시 과열 조짐도 일부 나타나고 있어 상승장이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2분기 韓증시 ‘맑음’…美초대형 부양책·경제지표 호조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일부터 이틀간 0.8%대 오르며 2일 3112.80에 상승 마감했다. 3100선을 회복한 것은 2월 17일(3133.73) 이후 32거래일 만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1.5%가량 오른 970.09을 기록했다.

증시는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계획에 친환경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확대, 기술 육성책이 포함되면서 관련 에너지·IT·통신 등 섹터가 움직였다. 여기에 유가상승도 맞물리면서 중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4000선을 넘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시기인 지난해 3월 저점과 비교해 80% 이상 오른 것이다. 증권가는 올해 S&P 500 기업 순이익이 경제 성장과 함께 지난해(12.6%)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며 2018년 사상 최대치(1조4787억달러)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2분기 미국 증시는 투자 환경, 정부 정책, 기업이익의 제한적 회복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 투자 재원을 법인세 등 증세를 통해 마련할 방침인데, 이보다 경기 부양에 따른 편익이 커 부담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세는 기업이익 증가율 하락, 자사주 매입 감소 등 주식시장 측면에서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세는 경제 충격을 가져오지 않을 범위에서 유연한 시행이 예상된다”며 “금리 상승 불안을 지울 순 없겠지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증시 상승에 큰 부담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바이든 행정부의 2단계 인프라 투자 공개를 앞두고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백신 보급속도, 일자리 회복, 인프라 투자가 유발할 수급 부담에 초점이 맞춰지며 금리 상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며 “일시적인 금리 완화가 추세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금리가 낙폭을 키울 때 매도 대응으로 차후 진입 시기를 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장세’ 반도체·車 기대감…외인·기관 유입↑

이달 본격화되는 실적시즌도 2분기 국내 증시에 호재다. 경기 정상화 국면에서 실적이 좋은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실적 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IT, 자동차, 2차 전지 등 업종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이들 업종 대형주들이 몰려있는 코스피 지수 오름세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영업이익 성장률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1분기, 2분기에 각각 79.4%, 49.5%로 상반기 크게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반도체 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투자 움직임도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에 수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인프라 계획을 발표하며 500억달러 규모 반도체 육성 투자안을 밝혔다. 중국은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매년 2000억위안을 투입, 최근에는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구책으로 지난 10년간의 면세 정책에 이어 반도체 수입관세 우대 정책(2020년 7월 27일~2030년)을 발표했다. 대만의 세계 파운드리 업체 TSMC는 3년간 113조원 투자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반도체에 18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목표다.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은 글로벌 반도체의 높은 수요와 부족 장기화에 따른 단가 상승 등에 힘 입어 올해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 달 8조원 중반대에서 후반대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9조원 상회를 유력하게 보고 10조원을 넘어설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키오시아(옛 도시바메모리) 인수 추진도 호재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낸드 업체는 6강 체제에서 4강으로 재편돼 낸드 수급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며 “SK하이닉스는 낸드 적자를 해소, 키오시아 지분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반도체 기업의 점유율 확대는 부담이다.

지난 3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도 95억달러를 기록하며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당장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수출 품목 중 반도체(8.6%) 외에 석유화학(48.5%), 자동차(15.3%), 철강(12.8%) 수출이 더 두드러져 반도체 대형주 주가 영향은 중립적,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2분기 반도체, 자동차, 기계 수출 호조가 전망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미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 현대차(005380) 등 종목을 집중 매수하며 국내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4월 1~2일 외국인 1조1390억원, 기관은 2098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1조3642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삼성전자(506조2376억원)와 SK하이닉스(102조6483억원)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시장(2169조8197억원)의 28.1%을 차지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대형주가 오르면 중소형 업체들도 낙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기업 실적 추이 면밀히 봐야…증시 과열 경계도”

이 기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들과 개별 기업 실적 추이를 면밀히 보고 매수·매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실적 성장이 흔해지는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추정치를 하회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빠질 수 있어 이전에 실적 추이를 면밀히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증시 과열 시그널도 경계해야 할 요인 중 하나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실물경제 회복세를 앞지르고 있다는 징후가 나오면서다. 증시 시총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버핏 지수는 약 120%에 달하고 있다. 이 지수는 70~80%일 때 증시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100%를 넘을 경우 거품이 낀 것으로 평가한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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