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끝난 한진칼 주가 어쩌나..산업銀 교환사채 '헷지'

박준식 기자 2021. 4. 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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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난해 한 때 주당 10만9500원까지 올랐던 한진칼 주가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3자 주주연합의 공식 해체와 단계적 지분 매각예고로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사실상 조원태 현 회장 측에 섰던 KDB산업은행은 주가하락에 대비해 발행해둔 교환사채(EB) 3000억원 규모의 물량으로 리스크 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일 국책은행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종료된 3자연합이 가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은 KCGI가 17.54%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반도건설이 17.15%, 조현아 전 부사장이 5.71%로 파악된다. 이들은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하고 현 회장이자 단일 최대주주인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36.66%)에 대항해 왔는데 3자의 공동보유 약정이 재연장되지 않고 만기종료된 것이다.
반도건설→KCGI→조현아 順 매각 나설 듯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관계자들 사이에선 일단 연합을 맺고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를 자처했던 반도건설이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도건설은 2019년부터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고, 현재 평가차익 가치가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홍사 회장이 이끄는 반도건설은 사실상 1인 지배체계를 이루고 있어 삼자연합 가운데서도 가장 민첩하게 주가하락에 대비해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분 매입배경이 당초 조현아 전 부사장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 때문이었던 걸 감안하면 보유 명분이 무색해진 현 시점에서 지분을 처분해 경제적 차익이라도 실현하는 게 실리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분을 매입한 계열사들은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고 있다. 회장의 재량이 아무리 크더라도 주가하락이 우려되는 시점에 특별한 복안없이 매각을 해태하는 건 배임이라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강성부 펀드 KCGI 핵심인력도 독립
KCGI 강성부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3자연합 해체와 함께 대외적 소통창구를 맡아온 KCGI, 이른바 강성부 펀드는 단계적 매각을 예고했다. 이들이 가진 지분은 반도건설보다 다소 많은 17.54%다. 펀드의 유동성 공급자들인 LP(유한책임사원)들의 자금회수 요구가 이뤄질 수 있다.

특히 KCGI 자체적으로도 내홍이 있어 핵심인력이 이탈하는 등 문제를 겪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KCGI는 3년 전부터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근거로 경영권 획득과 장기적 차익실현을 위해 구성된 프로젝트 펀드다. 그런데 계획의 전제가 되는 경영권 획득이 KDB산업은행의 주주참여로 무산됐기 때문에 구성동기는 상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부대표급들은 독립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을 댄 LP들은 펀드 운용사(GP, 무한책임사원)에 대한 평가에서 핵심운용역의 이탈을 큰 문제로 꼽는다. 때문에 핵심인력이 빠진 상태에서 3자연합까지 해체된 것은 자금회수를 강하게 요구할 동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KCGI가 단계적 지분 매각을 예고했지만 실상에선 소액주주들의 심리적 동요와 주가하락을 우려한 이른바 '립서비스'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상속세 600억 부담 조현아…지분 물납 가능성도
/사진=김창현 기자 chmt@

3자연합 가운데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전략적 투자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금화 필요가 없이 느긋한 것도 아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미 3월 중 지분 가운데 5만5000주를 KCGI 팔아 33억원을 마련했다.
분쟁 중이라 단 1주가 아쉬울 법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국세청에 납입해야 하는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하는 조 전 부사장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삼남매 가운데 본인만 유일하게 그룹 내 직책이 없어 현금흐름이 원활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득이 한 경우 국세청은 상장사 지분의 경우 상속인 의사에 따라 물납을 받기도 한다.
산업은행 8000억 중 3000억 교환사채로 위험상쇄
머투초대석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한진칼 주가 향방이 불투명한 가운데 8000억원을 투자해 한진칼 지분 10.66%를 취득한 산업은행은 미리 리스크 대비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12월 투자 당시에 구조를 보통주 5000억원과 교환사채 3000억원으로 나눠서 한 것이 대비책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한진칼 주가는 고평가됐고, 반면 대한항공 주가는 아시아나 통합 시너지를 고려하면 상승 여지가 크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산은이 인수한 교환사채는 대한항공 주가가 50% 오르면 한진칼이 되살 수 있게 설계됐다. 한진칼 주가가 반토막나도 대한항공 주가가 50% 오르면 산업은행 손실이 4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을 주당 7만800원(총 5000억원)에 샀기 때문에 현재 19% 가량 손해(약 950억원)를 보고 있다. 하지만 교환사채 3000억원 어치는 대한항공 주당 2만4317원에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현재 12% 가량 이익(약 360억원)을 얻고 있다. 차후 한진칼 주가가 내려가도 대한항공 주가가 아시아나항공 합병 구조조정 성공으로 상승하면 투자금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3000억원 규모 영구채 투자로 지원했다. 이 영구채는 주식전환이 가능해 바꾸면 지분율이 8.85% 수준이다. 영구채와 유상증자 교환사채 3000억원을 더하면 대한항공 지분율이 24%가 넘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3자연합의 해체나 한진칼 주가하락,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 등에 대한 대비책을 단계적으로 마련해뒀다"며 "정책 목표는 단기투자 주주들의 이해나 국적항공사 국유화가 아니라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국내 항공업의 부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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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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