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291] 좌파와 부동산은 상극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1. 4. 5.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달 8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소속 농민들이 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물 앞 국기게양대에 'LH농지투기공사'깃발을 달고 있다./ 김동환 기자

세상 살다 보면 상극과 상생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상극은 되도록 피하고 상생을 가까이 하는 것도 지혜이다. 그 상극 가운데 하나는 좌파와 부동산이다. 이상하게도 좌파가 부동산을 주물럭거리면 문제가 생긴다. 부동산 때문에 정권이 망하게 생겼다. 왜 좌파와 부동산은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일까? 이 심오한 문제에 대해서 강호동양학적인 해석을 해보고 싶다.

한자의 ‘左’를 뜯어 보면 공부의 ‘工’자가 들어간다. 좌파는 책을 보고 공부하는 데 익숙한 집단이다. 책만 보고 실전 경험이 부족하면 교조주의에 빠지기 쉽다. 책과 독서는 외경(外經)이고 내경(內經)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부다. 내경 공부가 부족하고 외경에 치우치다 보면 사태를 판단할 때 교과서적으로 판단한다. 명분과 도덕에 지나치게 집착할 수 있다. 이를 책상물림이라고 부른다. 아파트와 땅은 신물(神物)이다. 쉽게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동양에서는 인법지(人法地)라고 했다. 사람은 땅을 본받는다고 생각하였다. 땅은 사람을 가리킨다는 말이다. 이처럼 신령한 땅을 책상물림이 조몰락거리다 보니까 사달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주자학의 공부 노선이 주로 독서라고 한다면 양명학은 실전 체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전에서 이치를 터득한다는 노선이다. 인간 삶에서 최고의 실전 체험은 돈 버는 일과 전쟁이다. 주자학에만 집중한 조선과는 달리 일본은 양명학도 유행하였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 함대를 격파한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는 양명학 신봉자였다. 러일전쟁 승리 축하 파티에서 그는 평소에 마패처럼 새겨서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글자를 하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일생복수배양명(一生伏首拜陽明)’이었다. 일생 동안 머리 숙여 양명 선생에게 배웠다는 뜻이다.

양명학을 이단이라고 배척하고 주자학만을 존중했던 조선의 사림파도 386 운동권과 비슷하다. 돈과 전쟁이라는 현실을 몰랐던 사림파가 정권을 잡은 사례가 1623년 인조반정이다. 명나라에 대한 의리와 ‘살제폐모(殺弟廢母)’라는 도덕에 집착한 나머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판단을 내리다가 맞닥뜨린 사건이 바로 병자호란이라는 전란이다. 교조주의에 빠진 책상물림들이 정권을 잡음으로써 생긴 비극이었다.

한국의 좌파는 돈 벌기가 얼마나 지저분하고 어려운지를 제대로 모른다는 약점이 있다. 좌파와 맞는 궁합은 책 읽고 글 쓰고 권력을 비판하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도와 돈이 둘이 아니라는 ‘도돈불이’라는 말도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