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전북 이적 후 '첫 격돌'..누구도 웃지 못했다
[경향신문]
수원팬들, 박지성·김상식 등 겨냥
‘지성도 없고, 상식도 없다’ 현수막
양팀 거친 플레이에 ‘전쟁터’ 방불
경기 끝난 뒤에도 감정 싸움 계속
‘백승호’라는 이름 하나로 관심을 모은 지난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수원 삼성전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봄비가 세차게 퍼붓는 가운데 양팀 선수들은 젖먹던 힘까지 짜내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거친 플레이가 오가며 부상자까지 속출했다.
결과는 선두 전북의 3-1 완승이었다. 전북은 수원과 최근 10경기에서 8승2무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경기 결과를 떠나 이날 경기는 ‘백승호 더비’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백승호는 2010년 수원의 유스팀 매탄중학교 재학 중 구단의 지원을 받으며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팀에서 유학을 했다. K리그 복귀 시 수원에 입단하기로 합의하고도 전북 입단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지난 2월 전북은 합의서 내용을 확인한 뒤 백승호 영입 협상을 중단했다. 그러나 수원과 백승호 간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K리그 이적시장 마감일(3월31일)을 하루 앞두고 백승호 영입을 공식 발표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됐다. 수원이 법정 분쟁을 예고한 가운데 이적시장 마감 후 첫 경기로 양팀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경기를 앞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는 삭막했다. 백승호는 이날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양팀 감독들은 경기 전부터 이를 의식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백승호에 관한 얘기는 경기가 끝나고 하겠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주위에서 오늘 경기가 총없는 전쟁이라고 했다. 비가 오고 있지만 한 번 먼지 날 때까지 싸워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박건하 수원 감독 또한 “선수들과 백승호 얘기는 따로 안 했다”면서도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응원석에도 전운이 감돌았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가장 뜨거운 응원 열기를 자랑하는 수원팬들은 경기 시작과 함께 현수막을 내걸었다.
선수 입장과 함께 ‘까치도 은혜는 갚는다’ 등 백승호를 비난하는 내용과 ‘정의도 없고’ ‘선도 없고’ ‘지성도 없고’ ‘상식도 없다’고 전북 정의선 구단주와 박지성 어드바이저, 김상식 감독 등을 저격하는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은 곧 수원 구단 측 요청에 의해 내려졌다.
이날 경기장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육성 응원을 자제해달라’는 방송이 수차례 나왔다. 수원팬들은 비교적 방역 수칙을 잘 지켰으나, 몇몇 경기 상황에서 야유가 터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자연히 그라운드 열기도 달아올랐다. 몸을 내던지다시피 하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부상 선수가 적지 않게 나왔다. 후반 18분 교체 투입된 수원의 니콜라오가 8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져 다시 교체됐다. 후반 38분에는 전북 수비수 최보경이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경기 뒤 양팀 모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승리한 김상식 감독은 “내 눈에는 먼지가 보일 만큼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현수막 내용과 관련해서는 “난 몰상식한 사람이 아니다. (백승호의) 영입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초보 감독이니까, 초보 운전자니까 운전에 미숙했다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건하 감독은 패배를 아쉬워하면서도 ‘백승호를 의식하지 않았나’라는 내용의 질문에 “우리 선수들은 백승호에 대해 의미를 안 뒀다”고 답했다.
‘백승호 이적’으로 촉발된 감정 싸움이 심상치 않다. K리그에 흥미롭게 지켜볼 또 하나의 ‘더비’가 생겼다.
수원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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