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고목 100그루 뽑아낸 지자체의 식목일

김양진 2021. 4. 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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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을 앞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생태 복원을 이유로 수십년 된 큰 나무들을 무더기로 베어내 주민들과 마찰이 일고 있다.

서울 마포구청은 '성미산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달 22일 포클레인을 동원해 40~50년 된 아카시아나무 100여 그루를 뽑아냈다.

주민대책위 강주혜씨는 "수년 전에 쌍문1동 뒷산 정비 때도 '생태 다양화'를 이유로 우거진 숲을 파헤치고 묘목을 심었는데 나무들이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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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도봉구 등 무더기 '재정비'
"새 묘목""녹지 연결" 해명에도
주민들 "숲 망친다" 크게 항의
멸종위기종 등 생태교란 불가피
지난달 22∼29일 서울 마포구청은 성미산의 40~50년 된 아카시아 100여 그루를 무더기로 베어냈다. 성미산은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등 40여종의 새들이 깃든 곳이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제공

식목일을 앞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생태 복원을 이유로 수십년 된 큰 나무들을 무더기로 베어내 주민들과 마찰이 일고 있다. 서울 마포구청은 ‘성미산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달 22일 포클레인을 동원해 40~50년 된 아카시아나무 100여 그루를 뽑아냈다. 낡아서 안전 우려가 있는 산책로와 에어로빅장을 정비하고, 외래종인 아카시아를 토종인 참나무로 바꾼다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하지만 뒷산 땅을 뒤집는 모습을 보고 놀란 주민들은 “성미산 숲을 망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과 이달 1일 마포구청 담당자들을 만나 항의했다. 성미산 아래에 사는 박종혁 ‘산다움’(성미산 자연환경보호단체) 부회장은 “고목들을 잘라낸 자리에 토종 묘목들을 심겠다는데, 지금과 같은 숲이 되려면 20~3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데 대해 주민들이 몹시 화가 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성미산에는 너구리 같은 네발짐승은 물론 솔부엉이 같은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인 새호리기, 파랑새 등 관찰된 새만 40여종에 달한다. 이렇게 나무를 베면 생태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형 채비움 서당 훈장이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서 찍은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한겨레> 자료사진

마포구청 관계자는 “아카시아는 40~50년 전에 속성수(빨리 자라는 나무)·비료목(땅의 힘을 키워주는 나무)으로 많이 심었는데, 수명을 다해 동공(나무 가운데 빈 곳)이 생기는 등 쓰러질 우려가 있고 관련 민원도 계속 나와 제거하게 됐다”면서도 “한꺼번에 많은 나무를 베어 주민들이 놀란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나무 베기는 더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아카시아를 파낸 곳은 다음주부터 토종 나무들로 빨리 복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해등로 ‘녹지 연결로 조성사업’ 현장의 모습. 주민들이 드론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갈무리했다.

서울 도봉구는 ‘녹지 연결로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2월27일부터 쌍문1동과 방학3동 사이 해등로 양옆의 상수리나무와 참나무 등 큰 나무 65그루를 벴다. 끊긴 북한산 자락을 잇는 ‘생태 복원’을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주민 반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공사 현장에서 현재까지 25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구청장 면담에서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주민대책위 강주혜씨는 “수년 전에 쌍문1동 뒷산 정비 때도 ‘생태 다양화’를 이유로 우거진 숲을 파헤치고 묘목을 심었는데 나무들이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북한산 능선을 따라 생태길을 이으려면 도로 위로 다리를 지어야 하는데, 그때 필요한 최소한에서 나무를 벴다”며 “공사 재개 전에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큰 나무를 싹 베어버리면 야생식물 유입으로 생태 교란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도 크다”며 “꼭 필요한 사업만 하고, 불가피하게 큰 나무를 벨 땐 무성한 숲이 보전되도록 시간을 충분히 두고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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