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하다..재미의 영역 스스로 넓혀온 시청자들이 많은 자극"
[경향신문]
예능 경험 적은 출연자들 투입해
프로그램 임하는 태도 달랐을 것
모든 에피소드가 하나의 이야기
드라마적 구성 강해져 몰입 높여
시작은 클리셰였으나 그 끝은 신선하리라. 지난달 19일 마지막 회를 공개한 티빙(TVING)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 <여고추리반> 이야기다.
앞서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 독특한 장르 예능을 선보여온 정종연 PD(사진)의 <여고추리반>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중심의 호응을 바탕으로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여고추리반>은 지난해 티빙에서 가장 사랑받은 예능이자 정 PD의 직전작 <대탈출3> VOD 시청자 수를 뛰어넘었고, 연속 26일 동안 티빙 유료 가입 기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서면으로 만난 정 PD는 <여고추리반> 종영 소감을 한마디로 “후련하다”고 남겼다.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방영작인 탓에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반응이 있었다는 ‘느낌적인 느낌’”만을 받았다는 그와 함께 <여고추리반>의 인기 요인을 복기해봤다.
<여고추리반>의 모태는 “여고를 배경으로 한 많은 스릴러물들의 클리셰”를 통해 탄생한 <대탈출>의 ‘태양여고’ 에피소드였다. <대탈출>의 여섯 남성 멤버들을 음험한 비밀을 간직한 가상의 학교 ‘태양여고’에 가뒀던 정 PD는 이번엔 전국 상위 0.1% 성적의 엘리트들만 입학할 수 있는 ‘새라여고’라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시작은 클리셰였지만 이곳에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5명의 여성 출연진이 투입되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모두 2학년 동급생이라는 설정을 부여받은 출연진이 추리와 모험을 반복하며 학교의 감춰진 비밀을 파헤쳐갈 때, <여고추리반>은 ‘두뇌 게임 예능’의 독보적 계보를 만들어 온 정 PD의 전작들에서도 본 적 없는 색다른 재미를 창출해낸다. 16부 내내 흥미롭게 이어지는 ‘드라마’적 긴장, 이 ‘드라마’에 감정적으로 이입하고 서로를 독려하며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출연진의 능동적 태도가 만든 결과다.
정 PD는 <대탈출> 등과 차별화되는 <여고추리반>만의 개성이 “단순히 성별에서 오는 차이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탈출> 시즌1은 출연진이 기존에 익숙했던 버라이어티 예능 특유의 ‘애티튜드’를 어드벤처 예능 특성에 맞게 바꾸고 성장하는 과정이 주요 서사를 이뤘습니다. 반면 <여고추리반>은 기존 버라이어티 예능 경험이 적은 출연자들이 많았고 <대탈출>을 미리 학습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에 임하는 태도가 달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대탈출>에서 추리에 기여한 지분을 두고 출연진이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장면은 <여고추리반>에 등장하지 않는다. ‘예능 경험’의 차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 속에서 촘촘하게 짜인 드라마적 구성의 힘이기도 하다.
정 PD 역시 “미니시리즈처럼 한 시즌의 모든 에피소드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드라마적인 구성이 더 강해졌다는 점이 <여고추리반>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각 회차 공개 시간에 맞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연계 콘텐츠를 올리며 가상의 ‘새라여고’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시도 역시 <여고추리반>의 인기 요인이 됐다. 정 PD는 “시청의 재미를 다른 플랫폼으로 연장한다는 느낌이 좋았다”며 “앞서 전작들에서 단순히 시청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을 통해 토론하고, 새로운 게임들을 직접 만드는 등 재미의 영역을 스스로 넓혀온 시청자들의 모습이 많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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