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빙하..인류재앙으로 돌아오다

안광호 기자 2021. 4. 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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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여름철 극지 기온이 20~30도까지 오르는 이상고온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극지 온난화는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이어진다. 북극해를 덮은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해 기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온난화 영향으로 해빙이 사라지면서 가뭄, 폭염, 태풍, 한파 등 기후재앙을 낳고 있는 것이다. 남극의 얼음은 바다로 흘러들어 해수면을 매년 3.0㎜씩 끌어올리며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4일 극지연구소의 ‘북극 해빙 면적’을 보면 북극 해빙의 여름철 평균 면적(9월)은 1980년 766만7000㎢에서 지난해 392만5000㎢로, 40년 사이 48.9% 감소했다. 지난해 9월15일에는 374만㎢까지 줄어든 것으로 관측됐다. 2030년 여름에는 북극에 얼음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이는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시베리아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았고, 같은 해 6월20일에는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최고기온이 38도에 달했다.

■ 남북극은 지구온난화 바로미터

태양열 반사하는 북극해 얼음
여름철 면적 40년 새 49% 감소
바다로 흘러드는 남극 얼음
해수면 매년 3㎜씩 끌어올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1도 정도 진행됐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1만년간 자연적으로 0.5도가량 온난화가 진행된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특히 극지방은 지구 평균 온난화 속도보다 2~3배 더 빠르게 진행됐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지구온난화 증폭’이라 부른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장은 “남극과 북극 등 극지를 지구온난화의 바로미터로 보는 이유는 온난화 증폭과 함께 해빙과 육빙이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얼음이 녹으면 지구 표면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이른바 ‘알베도(albedo)’가 줄어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흡수돼 온난화가 더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얼음은 바닷물이 얼어서 생기는 해빙과 눈이 쌓여 얼음이 된 대륙 빙하 등 육빙으로 구성된다. 극지의 심층수와 두꺼운 얼음은 이산화탄소를 가둬두는 마개 역할을 하며 온난화 진행 속도를 늦추는데, 얼음이 녹으면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돼 온난화를 더욱 부추긴다.

WMO의 온실가스 연보를 보면 2019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5PPM으로, 2015년 400PPM을 돌파한 지 4년 만에 410PPM을 넘어섰다.

북극해 해빙은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북극해 주변 육지의 온난화 등에 의해 녹게 된다.

예컨대 북극 해빙면적이 가장 작았던 2012년 9월(약 340만㎢)의 경우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따뜻한 물이 유입되고 척치해(북극 결빙해역) 부근에 해빙이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기면서 해빙이 녹거나 사라졌다. 지난해 여름에도 북극 해빙이 크게 줄었는데, 주변 시베리아의 열파(이상고온이 지속되는 현상) 영향으로 분석됐다.

극지 온난화는 단순히 얼음 면적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온 진폭을 키워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를 유발한다. 미국 워싱턴대 과학자들이 이끄는 공동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를 통해 공개한 연구 논문을 보면 그린란드, 북극해, 캐나다 북부, 미국 알래스카 등 북극지역에서 6~8월 여름철 발생한 번개 횟수는 2010년 1만8181건에서 2020년 15만2848건으로 10년 새 8.5배가량 증가했다. 연구팀은 “북극 기온이 2010년 0.65도에서 2020년 0.95도로 0.3도 상승하면서 북극의 번개 횟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주던 제트기류(상층의 강한 바람띠)가 약해지면서 당초 북극에만 머물렀던 찬 공기가 대만과 스페인 등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온다. 지난해 한반도를 휘몰아친 ‘역대급 장마’와 지난겨울 ‘북극발 한파’도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벌어진 이상기후다.

■ 남극 빙하, ‘해수면 상승’ 위협

가뭄·폭염 등에 전 세계 ‘몸살’
“신재생 에너지 지속적 개발을”

남극의 빙하는 서남극 지역을 중심으로 사라지고 있다. 따뜻한 바닷물을 막아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늦추는 수백m 두께의 빙붕(육상 경계면을 기점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의 바닥에 온도가 높은 심층수가 지속적으로 흐르면 빙붕은 결국 바다로 떨어져 나가고, 이로 인해 남극 대륙의 빙하도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북극의 온난화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서남극 지역을 중심으로 이상 고온현상이 발생하는 남극의 온난화는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빙하가 녹아 바다로 계속 흘러 들어가면서 지구의 해수면을 매년 3.0㎜씩 끌어올리는 것으로 관측됐다.

김 본부장은 “인간의 경제·생산 활동이 극지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기후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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