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계산서·현금흐름표 잘 살폈다면..투자 기업 '상장폐지' 걱정 '끝' [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박동흠 | 회계사 2021. 4. 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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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상장기업들의 사업보고서 제출과 주주총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이로써 기업들의 2020년 결산도 끝이 났다. 올해는 특히 적정감사의견을 받지 못해서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되고 주식 거래가 정지된 기업체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실적 악화에 따라 적자가 쌓여 자본잠식된 기업도 있고, 불투명한 거래와 관련된 회계자료를 감사인에게 제출하지 않아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도 다수 보인다. 의견거절을 받은 뒤 회사가 뒤늦게 자구책을 마련하거나 자료를 보완해서 재감사를 받고 적정의견을 수령해 다시 거래가 재개된 과거 사례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상장폐지로 이어졌다.

기업이 상장폐지 되면 결국 투자자의 소중한 돈은 사라져버린다. 주식 투자해서 매일매일 수익이 불어나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 같은 위험도 동시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기업 공부를 꼭 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상장폐지 당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을까?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손익계산서에서 매년 영업이익이 아닌 영업손실이 나온다면 위험신호이다. 특히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르면 4년 연속 영업손실은 관리종목 지정, 5년 연속 영업손실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단,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로 상장을 진행한 여러 바이오 기업들은 예외다. 이런 기업들은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지만 이익 실현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규정 적용에서 제외된다.

적자가 지속되면 결국 자본잠식을 초래한다. 회사가 적자라는 얘기는 연간 사업해서 번 수익보다 나간 비용이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들어오는 자산보다 지불해야 하는 부채만 쌓이니 자연스레 자본도 줄어든다. 자본이 주주의 몫인데 이 부분이 점점 줄어 음수까지 되면 결국 주식의 가치도 0원이 된다. 기업이 적자에서 허덕이다가 드라마틱하게 흑자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왕이면 이익이 잘 나고 있는 많은 기업 중에 투자처를 고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은 차입금 상환과 주가 하락 압박에 못 이겨 분식회계를 저지르기도 한다. 즉 수익을 부풀리거나 비용을 줄이고 자산을 늘리거나 부채를 축소시킨다.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손익이나 재무상태를 조작할 수 있지만 현금흐름까지 속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현금흐름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기업이 연초에 보유한 현금과 연말에 남아 있는 현금 잔액 간의 증감을 보여주는 현금흐름표는 분식회계를 점검하는 좋은 잣대가 된다. 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매년 음수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사업을 통해서 돈을 못 벌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업의 기본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고 주식 투자의 취지는 그 기업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사업해서 돈을 벌지 못하면 운영자금과 투자자금이 부족해진다. 주주들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하거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 조달을 해야 한다. 그렇게 수혈받은 돈으로 사업을 다시 일으켜서 이익을 내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현금흐름이 지속된다면 역시 위험하다는 신호가 된다. 우리가 복잡한 회계 기준을 숙지하지 못해도 현금흐름만 잘 살핀다면 충분히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테마나 재료에 혹해서 거액의 돈을 투자한 후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니 어이없게 돈 버는 능력이 없거나 자본이 말라가고 있음을 알게 된 때는 너무 늦는다. 투자에 앞서 재무제표부터 점검하는 습관을 갖기 바란다.

박동흠 |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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