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익법인·계열사 간 '내부거래 내역' 공시 의무화

윤지원 기자 2021. 4. 4. 21: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공정위, 공시규정 개정안 예고
총수 지배력 강화 ‘꼼수’ 방지
내년부터 ‘사회적 감시’ 체제로
대상 범위·금액 기준 만들 예정
전문가 “내용 검증 정기조사를”

내년부터 대기업 공익법인과 계열사들은 상호 간 내부거래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지난해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조치를 통해 총수들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공익법인을 ‘거수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데 이어, 이번 공시의무는 사회적 감시를 통해 내부거래를 통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마련만으로는 감시와 견제가 어렵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익법인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 내용을 검증하는 정기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정위가 이달 21일까지 행정예고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에 공익법인과의 자산·자금·유가증권·상품 서비스 거래 등 내부거래를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이 올해 말 통과되면 내년 5월 기업집단현황공시에서 공익법인과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확인할 수 있다. 비상장사가 대규모 내부거래(특수관계인과 자본금 5% 또는 50억원 이상)를 한 경우에는 거래 발생 7일 이내 해당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통과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공익법인에 내부거래 공시의무를 부과했는데, 이번 공시 규정 개정안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에도 공시의무를 마저 부과해 내부거래를 교차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대기업 공익법인은 ‘사회공헌’이라는 목적과 달리 총수 일가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총수 일가가 비과세 혜택을 이용해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면 공익법인은 총수 일가 입맛에 맞게 주식만큼 부여된 의결권을 행사한 정황이 2018년 공정위 실태조사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등이 공익재단에 현대글로비스 지분(4.46%)을 기부하는 식으로 지분율을 떨어뜨려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공익법인의 내부거래 내역은 당시 실태조사 이래 파악된 내용이 전무하다. 현재 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은 공익법인 등 비영리법인 전체와의 내부거래 총액만 공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법인과의 상품·서비스 거래 현황은 공시의무가 없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공익법인을 둘러싼 진짜 문제는 그 누구도 구체적인 거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2018년 상표권 거래 현황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일부 기업이 외부 시선을 고려해 상표권 수수료를 낮추는 일이 있었다. 공익법인 내부거래도 공시 이후 자생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내부거래 공시 내용이 얼마나 충실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정위는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시대상이 되는 거래 범위 및 금액 등 구체적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이 강화하면서 공익법인으로 내부거래가 우회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공시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허위일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2~3년에 한번씩 공익법인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와 규제는 그간 전방위적으로 강화돼왔다. 공정위는 지난해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국세청은 2018년 대기업 공익법인 탈세행위를 처음 전수조사했다. 지난달에는 대기업 공익법인의 출연 재산 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바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