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조작으로 홍수·가뭄 막아라'..찬밥 신세였던 '지구공학' 재조명

이정호 기자 2021. 4. 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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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온난화 극복 대안에 '주목'
대기권에 물질 흩뿌려 햇빛 차단
미 과학계 "연구에 2억달러 필요"
기후 교란으로 더 큰 재앙 우려도

[경향신문]

지구공학 시험 상상도. 고도 20㎞에서 소량의 탄산칼슘을 흩뿌려 햇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확인할 계획이다. 하버드대 제공

온난화로 인한 홍수나 가뭄 등을 인위적인 기후조작으로 막는 ‘지구공학’이 재조명받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과학계에서 2억달러(2200억원)를 투입해 효용성을 평가하는 대규모 연구에 들어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지구공학이 아시아 등의 몬순 기후를 훼손해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말 세계적 권위를 지닌 과학자 단체인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는 지구공학의 가치에 대해 집중 탐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연방정부가 지구공학 연구에 향후 5년간 2억달러를 투입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가 예시한 지구공학 기법은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인공 물질로 가리는 것이다. 지구를 위한 일종의 양산을 만드는 셈이다. 실험은 진척 중이다. 지난달 말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하버드대 연구진이 성층권에 무기물인 탄산칼슘을 흩뿌려 햇빛을 반사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산칼슘 0.1~2㎏을 풍선에 매달아 성층권에 해당하는 고도 20㎞까지 상승시킨 뒤 방출하는 것이다. 올해 6월 스웨덴에서 풍선을 띄워 탄산칼슘 살포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할 예정이다.

문제는 눈앞의 기후이변을 피하려다 지구공학이 만든 더 큰 부작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몬순 기후가 지구공학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몬순은 계절에 따라 바람과 강수량이 변하는 복잡한 현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 작동한다. 한국의 장마철도 몬순의 일부다. 몬순이 교란되며 예기치 못한 폭우 등 기상이변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크리스 필드 스탠퍼드대 연구원도 NASEM이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지금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지구공학으로 대체할 시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일종의 보완책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지구공학을 ‘최후의 카드’로 준비하려는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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