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왕자의 난' 시도 있었나
국왕 이복동생 가택연금
전 장관 등 20여명 체포
[경향신문]
요르단 국왕의 이복동생이 쿠데타 기도에 연루돼 가택연금됐다고 알자지라방송 등 외국 언론들이 전했다.
3일(현지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요르단군은 국왕 압둘라 2세의 이복동생인 함자 빈 후세인 왕자(사진)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가택연금했다. 요르단군은 성명을 통해 함자 왕자 측에 요르단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데 이용되는 행동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면서 함자 왕자 측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요르단군은 바셈 아와달라 전 재무장관과 사우디아라비아 책사 출신의 왕족 샤리프 하산 벤 자이드를 포함한 인사 20여명도 국가 안보 관련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함자 왕자는 외신에 배포한 영상에서 “요르단군 참모총장이 찾아와 외출 및 외부와의 연락 자제를 당부했으며, 인터넷과 통화 연결망이 끊겼다”고 밝혔다. 요르단 당국은 함자 왕자가 국왕에 대한 쿠데타 기도와 관련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1999년 부친의 서거 직후 유언에 따라 함자 왕자를 계승서열 1위인 ‘왕세제’로 지목했다가 “함자에게 자유를 주겠다”며 2004년 함자의 왕세제 지위를 박탈했다. 그로부터 5년 뒤 압둘라 국왕은 자신의 첫아들인 후세인 왕자를 ‘왕세자’로 임명했다. 왕세제 지위를 박탈당한 후 함자 왕자는 왕실을 떠나 조용히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함자 왕자의 반왕실 움직임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약화되고 있는 왕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요르단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 불황을 겪고 있으며,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지난달 정부의 강력한 봉쇄령과 경제 상황 악화에 분노한 시민 수백명이 암만 등 여러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르단 왕실이 수년에 걸쳐 미국 및 중동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와 ‘왕자의 난’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함자 왕자의 구금 소식이 들려오자 사우디, 카타르,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은 요르단 국왕 지지 선언을 했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압둘라 2세 국왕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고 밝혔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압둘라 국왕의 국내 경제 성과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유대관계가 돈독하기에 함자 왕자가 외교적으로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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