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북 제재 속 북핵 공동대응"..정부 기대 빗나가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21. 4. 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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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 안보실장 회의..'북·미 협상' 조기 재개에 공감대
대북정책,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목소리 커지는 상황으로

[경향신문]

한·미·일 ‘나란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앞줄 오른쪽부터)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3자 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미·일 안보실장들이 2일(현지시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3국 간 협력을 통한 공동대응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 노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은 이날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서 3자 회의를 연 후 언론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를 협의하고 인도·태평양 안보를 포함한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며 “공동의 안보 목표를 보호하고 진전시키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비핵화를 향한 3국 공동의 협력을 통해 대응하고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3국 안보수장들은 별도로 한·미, 한·일, 미·일 양자 협의를 가졌다.

이날 3자 회동은 조율된 대북정책 완성을 위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만들고 한·일에 협력을 요청하는 ‘미국 주도 방식’의 정책을 확정짓는 자리였다.

미국은 조만간 대북정책의 기본원칙과 전략적 지향점 등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대북 관여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3자 회의 언론성명에 나타난 기본원칙은 한·미·일 공조를 통한 비핵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 핵확산 방지 및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 등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빈틈없이 유지하는 가운데 동맹국 간 일치된 행동으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또한 정상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실무진이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방식 대신 실무 차원의 협의를 바탕으로 진전을 이루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의 윤곽은 당초 문재인 정부가 기대했던 것과 결이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화 재개를 위한 탐색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는 방식과 유연성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적극적이고 대담한 접근법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를 원한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기회와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의 일치된 대응과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을 압박해 대화에 나오도록 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생각이 강하다.

서훈 실장은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측에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적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방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입장이지만, 남북관계 진전이 북·미 협상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2018년 북·미 싱가포르 합의 이행과 종전선언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일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한반도 문제에서 한·미·중에 비해 한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동맹 우선 기조에 따라 일본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대북정책에도 일본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입장이 같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부담이 없고 중국에 대해서도 한국보다 자유롭다”면서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원칙적이고 강경해지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복원을 위한 협상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과 이란은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연합(EU)의 중재로 ‘간접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되고 미국의 외교적 역량이 이란 협상에 집중되면 미국의 대북 관여가 늦어질 수 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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