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싱가포르 합의' 생각 바꿨나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21. 4. 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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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평가 않다가 "중요"
대북정책 존중·계승 시사냐
비핵화 약속 강조냐 '분분'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지난 1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전화브리핑에서 “북·미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언급한 것이 미국의 대북정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싱가포르 합의를 ‘실패작’으로 규정했으며 취임 후에도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하루 앞두고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미국이 이 합의를 존중, 계승할 것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북·미 대화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북·미의 해석과 강조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항으로 이뤄져 있다. 북한은 이 합의를 근거로 북·미관계를 위한 신뢰 구축과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은 이 합의에 나오는 비핵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을 “강도적 요구”라고 비난하면서 북·미 대화는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 발언이 북한의 주장대로 비핵화 논의를 뒤로 미루고 신뢰 구축과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가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그 안의 ‘비핵화 약속’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 발언의 방점이 신뢰 구축이 아닌 비핵화에 찍혀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 미국의 입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싱가포르 합의 존중이나 계승을 말하기에 앞서 이 합의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북·미의 인식 일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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