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 김종철 [오창은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이 사회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라는 천박한 언술에 의해서 오랫동안 지배되어왔다. 우리는 이제라도 민주주의가 없으면 밥도 못 먹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2020년 6월25일 세상을 떠난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님의 외침이다. 이 말에는 가슴을 세차게 치는 호소가 깃들어 있다.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2020)는 살아계실 때 간행된 마지막 책이다. 이 책에는 농본주의와 생명사상, 녹색국가를 향한 구상이 담겨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인의 자율적·자치적 삶’을 토대로 삼은 제도다. 자유로운 사람은 세계의 변화와 나의 존재에 대해 ‘질문할 줄 아는 능력과 습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자유인은 기후변화에 대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능력과 습관을 지니고 있을까?
김종철 선생은 생태 민주주의 사상가이다. 사상은 이론과 실천을 아우른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성장 중심 사회에서, 기본소득과 민주주의에 토대를 둔 ‘자유인의 자율적·자치적 공동체’를 꿈꿨다. ‘녹색평론’ 발행인으로 우리 시대 민중 앞에서 강연하고,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실천도 지속했다. 근본주의적 태도로 문제를 바라보도록 하는 것, 그것이 김종철 사상의 의의이다.
김종철 선생은 단호하게 “정치가의 선의를 믿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했다. 자율과 자치의 감수성에 기반해 ‘시민의회’ ‘숙의민주주의’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도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시민적 실천을 요구하는 강령이다. 시민은 민주적일 때 힘이 세다.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는 ‘목소리 실천’(강연)으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호소하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오창은 | 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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