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달라진 외교 환경 확인한 3국 회의, 한·중 회담

2021. 4. 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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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중국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3국은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 노력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북한 비핵화를 위한 3국 간 협력을 다짐했다. 같은 날 중국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공동노력하는 한편 한·중 ‘2+2(외교·안보) 대화’를 복원하는 등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거의 동시간대에 열린 두 개의 외교 일정은 한국이 처한 외교현실을 부각시켰다. 최소한 바이든 행정부 4년간은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면서 한반도 평화를 이룩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3국 안보실장 회의를 통해 미국은 북핵 외교에서 일본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로 존재감이 상승한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서도 목소리를 키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북·미관계 촉진 등 한국의 독자적 외교공간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 그 결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서 유엔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 “북한에 대한 관여의 중요성, 한·미 간 조율된 전략의 마련,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적 기능” 등을 강조했다고 하지만 그 입장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불투명하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지가 줄어드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미국과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2+2(외교·안보) 대화의 복원이다. 2013년 신설됐다가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단된 ‘2+2 대화’를 재개하기로 한 것은 중국의 뜻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이는 동시에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음을 방증한다. 한국으로서는 양국 간 북핵 협력을 강화하는 채널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하지만, 미·중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는 없다. 이번에 도드라진 것은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방식이다. 대만을 지척에 둔 샤먼으로 정의용 장관을 급거 초청한 것은 미·중 경쟁에서 중국 편에 서라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 중국이 한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는 외교를 해야 한다. 정부도 대중 외교에서 좀 더 당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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