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으로 끝난 3%룰.. "폭발력은 여전"

김기중 2021. 4. 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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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 주주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이른바 '3%룰'이었다.

지난해 바뀐 상법 개정안을 처음 적용하는 주총이다 보니 '감사위원 1명은 이사와 별도로 선임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한다'는 3%룰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기업마다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3%룰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던 206개 기업 가운데 한국앤컴퍼니만이 유일하게 대주주가 표 대결에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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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내 LG이노텍에서 열린 제4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올해 정기 주주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이른바 ‘3%룰’이었다. 지난해 바뀐 상법 개정안을 처음 적용하는 주총이다 보니 ‘감사위원 1명은 이사와 별도로 선임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한다’는 3%룰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기업마다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3%룰의 위력은 예상보다 미미했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206곳에서 감사위원을 교체했는데, 한국타이어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만 유일하게 3%룰에 따른 이변이 연출됐다. 다만 재계에서는 3%룰이 올해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지만 기업 특성에 따라 언제든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6곳 중 1곳뿐... 올해는 영향 미미

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바뀐 상법은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감사위원을 뽑을 때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다시 선출했다. 자연히 대주주의 의중이 이사와 감사위원 모두에 미치는 구조였다.

개정안은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씩 제한하고, 사외이사를 겸하지 않는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 지분 40%를 가진 최대주주여도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3%로 의결권이 쪼그라드는 것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3%룰이 대주주 경영권을 위협할 불씨가 될 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올해 주총에서만큼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3%룰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던 206개 기업 가운데 한국앤컴퍼니만이 유일하게 대주주가 표 대결에서 패했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 동생인 조현범 사장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 30일 열린 주총에서 두 사람이 각자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자 선출을 위해 표 대결을 벌였다. 그런데 19.3% 지분을 가진 조 부회장이 42.9% 지분을 가진 조 사장을 이겼다.

두 사람의 승부는 3%룰이 갈랐다. 조 사장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서 소액주주의 지지를 받은 조 부회장이 표 대결에서 승리한 것이다. 대기업 가운데 3%룰로 주총 결과가 뒤집힌 첫 사례다.


"여전히 향후 기업 흔들 복병"

3%룰이 당초 우려와 달리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합산 3%룰’이 ‘개별 3%룰’로 완화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기로 했으나, 재계 등의 반발로 각각 3%(개별 3%룰)로 법안을 수정했다. 이 때문에 한국앤컴퍼니처럼 주요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3%룰이 대주주와의 대결 결과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올해는 소액주주들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변화보다는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향후 3%룰이 기업 경영권을 흔들 복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투기 펀드나 경쟁 세력의 이사회 진입 시도가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이사의 권한을 무기로 기술 유출, 단기적 고배당 추구 등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고 재계는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처음 적용된 3%룰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한국앤컴퍼니의 사례를 보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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