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야, 14억 모을거야.. 그래서 51세에 은퇴할거야

홍준기 기자 2021. 4. 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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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일할래?
MZ세대 3명 중 2명이 '파이어족'
/그래픽=김성규

회사원 이모(35)씨는 최근 아내와 ’40대 중반 은퇴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거주하는 서울 아파트를 팔고 지방으로 집을 옮기면 5억원 정도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고, 지금 하듯 매년 소득의 40% 정도를 앞으로 약 10년 동안 꾸준히 투자해 수익을 내면 5억원 가까이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씨는 “집을 빼고 10억원 정도의 자금으로 좋은 배당주에 투자해서 연 3% 정도 수익을 내면 부부 생활비 마련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씨 부부는 아이가 없어 교육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개인연금, 퇴직연금, 국민연금 등을 차례로 받게 되면 노후 자금 부담도 크게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직장인 최모(32)씨 역시 앞으로 15년간 20억원을 모아서 은퇴하는 것이 꿈이다. 미혼인 최씨는 현재 소득의 70%를 미국 기술주와 국내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MZ세대(만 25~39세) 3명 중 2명은 이씨나 최씨처럼 충분한 자금을 빨리 모아서 조기 은퇴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가 지난달 4~5일 만 25~39세 투자자 25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더니 65.9%가 조기 은퇴를 꿈꾼다고 답했다. 이 한국판 파이어족(빨리 자금을 모아서 조기 은퇴를 원하는 사람들)은 13억7000만원의 투자 가능 자금(집값은 제외)을 모아 평균 51세에 은퇴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파이어족, “여유 있게 모으고 풍족하게 쓰고 싶다”

한국판 파이어족의 은퇴 희망 연령은 미국보다는 10세 이상 높다. 미국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고학력·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생겨난 파이어족은 보통 30대 후반~40대 초반 은퇴를 계획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한국판 파이어족의 평균 희망 은퇴 연령은 51세였다.

파이어족은 설문조사에서 소득의 평균 52%를 저축·투자한다고 답했다. 70% 이상 저축·투자한다고 답한 사람이 29.4% 정도였고, 소득의 50%대와 30%대를 저축·투자한다는 응답이 각각 22.4%, 15.4%였다. 조사를 진행한 김은혜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파이어족은 저축·투자 비율이 미국 파이어족(70%) 등에 비해서 낮게 나타났다”며 “지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으기보다는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퇴 자금을 모으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으로 악착같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 대신, 은퇴 시기도 50세 이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13억7000만원을 모으면 은퇴 이후에 한 해 얼마 정도의 돈을 쓸 수 있을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은퇴 자금을 부동산·주식에 투자해 매년 5~6%(세전)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면, 원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간 원금의 4% 정도를 생활비로 쓸 수 있다고 본다. 13억7000만원의 4%는 5480만원(월 457만원)이다. 100세시대연구소는 “457만원은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19년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부부 기준·268만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파이어족은 여유 있는 은퇴 생활을 꿈꾸는 것”이라고 했다.

◇연 수익률 6%로도 52세 은퇴 가능

그렇다면 은퇴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9년 30대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6346만원이었다. 이 중 절반인 3200만원을 매년 투자해 연 6% 정도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면 13억7000만원을 모으는 데 21.8년이 걸린다. 만약 연 수익률이 8% 정도면 19.3년, 10% 정도면 17.5년이 걸린다. 30세 회사원이 소득의 절반 정도를 투자하면 만 52세 이전에 은퇴 자금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파이어족이 주식 투자를 하면서 기대하는 연간 수익률은 16.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혜 연구원은 “빨리 돈을 모으고 싶다고 위험이 큰 투자를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돈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파이어(FIRE)족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 경제적 자립을 이룬 다음 조기에 은퇴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사람.

☞MZ세대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를 합친 세대. 만 25~39세가 여기에 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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