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통과 배려로 본받고 싶은 ETRI

2021. 4. 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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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ETRI 원장
김명준 ETRI 원장

개인과 집단, 그리고 조직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공유된 가치와 규범. 바로 '조직 문화'의 정의다. 조직문화는 동·서양이 중요시하는 요소가 다르고 같은 문화권이라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양상이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 등 직장의 특징에서 가장 많은 차이를 내는 것 역시 조직문화이다. 심지어 서너 명으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도 조직문화는 향후 회사의 성공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잘 알려져 있다.

필자가 몸담은 정부출연연구원은 석·박사급 인력이 주된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어 조직문화 측면에서 보면 특이한 조직 환경을 갖고 있다. 개개인의 능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들이 많아 경영자 입장에서 선도력을 발휘하거나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IBM의 회장, 루 거스너(Louis V. Gerstner)는 IBM의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힘쓴 인물로 유명하다. 2003년 발간한 그의 책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를 읽어보면 그는 조직문화가 기업경쟁력의 그 자체임을 분명히 말하며 10년 동안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그 결과, IBM이 재탄생하였다.

연구개발을 주로 수행하고 있는 연구원의 경우,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R&D 체질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지만 수십 년간 내려온 따라가기(Fast Follower) 관행과 제도는 고착화되어 쉽게 바꾸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제 과감히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연구개발 내용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연구원에서는 창의적인 연구를 위해 소통과 협력하는 조직문화 만들기에 노력 중이다.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수주 중심으로 형성된 연구원의 문화를 조금씩 바꾸기 위해 연구원 내 젊은 연구자 중심의 젊은 이사회(Junior Board)를 통해 소통 사례를 늘리고 우수 성과자에 대한 보상 등 자긍심 강화 프로그램도 확충했다. 동시에 윤리경영 추진체계 강화와 부서별 경영평가를 통해 괄목할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자극하였다.

또한, 넓은 의미에서 조직의 문화적 요소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시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산·학·연 동반자 관계(Partnership) 강화를 들 수 있다. 기존 공동 연구, 위탁연구의 단순 협력관계를 뛰어넘어 상생발전을 목표로 연구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원 팀'이다. 'AI 1등 국가' 건설이라는 공동 목표로 국내 이동통신사, 대학, 기업 등이 하나로 똘똘 뭉쳐 실질적 협력을 이뤄내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협력을 통해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가치실현'까지 꾀하고자 한다. 아울러 연구원은 외딴 섬, 대덕특구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실현에도 앞장서 지역혁신에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대전광역시 등 유관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연구진의 노하우와 연구성과를 지역을 위해 활용함으로써 대덕연구개발특구 제2중흥기를 선도할 예정이다. 이로써 연구진도 대전시민이자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지역혁신에 참여하는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할 계획이다.

연구원이 안정적 연구환경 마련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제도로서 자율과 책임이 양립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들 수 있다. 정부의 주 40시간 근무제에 발맞춰 연구원은 연구개발 연구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난해 7월부터 완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했다. 의무근무를 폐지했고 선택 근무를 확대했으며 연차휴가 10년 저축제도 실시와 재택근무도 전 직원의 30%까지 늘려 적용키도 했다. 이로써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데 발생하는 문제를 일부 해결하고 직원이 스스로 재충전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

연구수행 과정에서 45년 동안 축적된 시간이 오래된 만큼 조직문화를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병이 보여준 것처럼 조직은 때때로 크고 빠른 변화와 혁신, 탈바꿈의 문제에 직면한다. 조직의 백년대계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지가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한다.

"ㅇㅇ연구원은 연구성과가 정말 세계적으로 훌륭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ㅇㅇ연구원의 소통과 배려가 스며든 조직문화는 정말 본받고 싶어"라고 다른 기관들이 평가해준다면 그 연구원은 분명 세계적인 연구원이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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