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불러일으킨 'PLCC 바람'.. 업계 대세로 자리잡나 [마이머니]

남정훈 2021. 4. 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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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카드사 잇단 출시 '맞불'
제휴사와 긴밀 협업.. 비용·수익 분담
제휴카드와 차별화 특화된 혜택 제공
신한, 호텔그룹 메리어트와 파트너십
국민, '콩다방' 커피빈과 제휴 출사표
삼성·롯데·하나, 경쟁 대열 속속 합류
지난 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왼쪽)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네이버 전용 신용카드(PLCC) 상품의 출시와 운영 및 마케팅에 관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최근 카드업계의 대세를 꼽으라면 단연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 표시 카드)를 꼽을 수 있다. 2015년 현대카드가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와 손잡고 내놓은 ‘이마트e카드’를 국내 첫 PLCC로 꼽을 수 있는데, 출시 6년여 만에 PLCC는 카드업계의 대세로 올라섰다.

PLCC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저게 제휴 카드랑 다른 게 뭐야?’라는 질문을 던질 법하다. 카드사들이 특정 업체와 제휴해 내놓은 제휴 카드도 그 업체에서 포인트를 더 받는 등 혜택은 PLCC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다른 게 있다면 PLCC는 카드사와 제휴한 업체의 역할이 더 커진다.

제휴 카드는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이나 카드 수익 등을 모두 관리했다면, PLCC는 카드사와 기업이 더욱 긴밀히 협업하고, 비용과 수익을 분담하며 마케팅도 함께 한다. PLCC를 함께 만들 기업이 유명 기업이라면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요즘 위기라는 말을 달고 산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갈수록 낮아지고,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은 후불 결제 시장에 진출해 파이를 갉아먹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 1명당 보유한 신용카드는 3.9장에 달할 정도로 레드오션이다. 신용카드를 누구나 보유한 만큼, 카드사들의 입장에선 신용카드를 이미 사용하는 고객들이 새로운 카드를 사용하게끔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고민 지점에서 나온 ‘돌파구’가 바로 PLCC다.

◆현대카드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의 PLCC를 만든 카드사답게 PLCC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 PLCC를 함께 출시한 업체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만큼 2017년엔 현대·기아차와 PLCC를 내놓았고, 2018년에는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손을 잡았다. 2019년엔 국내 진출 이후 삼성카드와만 독점 제휴를 맺었던 코스트코의 결제카드 자리를 뺏은 뒤엔 코스트코 PLCC를 내놓았다. 지난해는 현대카드의 PLCC 행보가 정점에 달한 해였다. 스타벅스, 대한항공, 배달의 민족 등 각 업계 1위와 협업해 PLCC를 내놓으며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이는 현대카드가 카드업계 1위는 아니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가장 선명하다는 장점을 등에 업은 결과였다.

현대카드의 PLCC 집중 전략은 제대로 먹히는 분위기다. 신용카드 업계 시장 점유율 4위인 현대카드는 지난해 4분기에도 개인·법인카드 신용판매(신판) 취급액 기준으로는 17.33%로 2위 삼성카드(17.93%), 3위 KB국민카드(17.66%)에 이어 4위를 지켰지만, 법인 신용판매를 뺀 개인 신용판매만 보면 17.69%의 점유율로 KB국민카드(17.34%)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나 대한항공, 배달의 민족 등 업계 1위 기업들과의 PLCC 출시가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올해에도 PLCC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2월 현대카드는 네이버와 PLCC를 출시하기로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인 무신사와도 올해 상반기 PLCC를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도 PLCC 출시한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PLCC를 잇따라 출시하는 것을 바라만 봤던 경쟁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맞불을 놓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부동의 1위 신한카드는 2019년 온라인 쇼핑 플랫폼 11번가와 PLCC를 내놓은 바 있지만,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11번가 신한카드’가 현재까지 약 30만장 발급된 반면 현대카드가 이베이코리아와 출시한 ‘스마일카드’는 지난해 말 100만장 기록을 세웠다.

이에 신한카드는 전 세계 133개 국가에서 메리어트, 웨스틴, 쉐라톤, W, 리츠칼튼, 코트야드, 포포인츠 등 30개의 브랜드의 7600여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호텔 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협업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30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호텔에서 우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메리어트 본보이TM 더 베스트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메리어트 신한카드로 연 1회 무료 숙박권, 국내 메리어트 참여 호텔 조식 5만원 할인 연 2회 혜택, 포인트 적립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현대카드와 스타벅스의 협업에 대항해 ‘콩다방’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커피빈과 PLCC를 지난 3월 말 출시했다. 이는 KB국민카드의 첫 PLCC다. 커피빈 전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소비자는 승인 건당 커피빈 커피 3000원 할인, 커피빈 카드 충전 시 5000원 할인, 연 1회 1만원 모바일 쿠폰 제공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커피빈 멤버스에 가입한 소비자에겐 월 4회 음료 사이즈업 서비스와 생일 기념 무료쿠폰이 발급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상시 제공된다.

그간 제휴카드 형태로만 타 기업과 협업하며 PLCC 출시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카드도 오는 5월 자사 최초의 PLCC를 내놓는다. 현대카드가 네이버와 PLCC를 출시한 것에 맞서 삼성카드는 네이버와 쌍벽을 이루는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삼성카드가 카카오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출시할 PLCC는 카카오페이 포인트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빅4’의 PLCC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들을 추격하는 입장인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도 PLCC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사용 시 혜택이 좋은 PLCC ‘롤라카드’를 내놓은 적 있는 롯데카드는 지난 3월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와 PLCC를 출시했다. 하나카드도 지난해 4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와 함께 ‘토스 카드’를 내놓은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 진출에 위협을 받던 카드사들이 이들과 협업해 PLCC는 그야말로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그만큼 PLCC가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고, 수익성도 괜찮다는 의미”라면서 “코로나19로 소비 트렌드가 바뀐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생활밀착형 PLCC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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