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가난한 나라에 백신 보내야" 부활절 메시지

윤기은 기자 2021. 4. 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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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프랑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인 4일 (현지시간) 바티칸 바티칸시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바티칸뉴스 화면 캡쳐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현지시간) 부활절을 맞아 코로나19 백신의 전세계적 고른 분배를 촉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력 충돌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바티칸시티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상에’라는 뜻의 라틴어) 강론에서 “전염병은 여전히 확산하고 있고, 사회·경제적 위기가 심각하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하다”며 “국제사회가 백신 배분이 늦어지는 것을 극복하고, 가난한 나라들에 백신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병든 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 실업자들을 위로해달라”고 기도하면서 각국 정부에 ‘적절한 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계 종사자들을 칭찬하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로했다.

평소 핵무기 보유 전면 금지를 요구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세계에서 무력충돌과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교황은 “무력 충돌은 끝나지 않고 있고, 군비도 강화되고 있다”며 “전쟁을 일으키려는 마음을 극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부활절인 이날은 유엔이 정한 ‘지뢰 인식 및 지뢰 제거 활동 국제 지원의 날’이기도 했다.

교황은 “미얀마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는 데 헌신했다”고 언급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미얀마 군부에 의한 사망자를 2일 기준 550명으로 집계했다.

이날 교황은 분쟁과 민간인 대학살이 일어나고 있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과 모잠비크 북부 카보델가도 지역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다. 에티오피아군은 지난해 12월 반정부단체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상주하는 티그라이 지역을 공습했으며,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을 학살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알 샤바브’로 알려진 무장 단체는 2017년부터 대규모 가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카보델가도 지역 점령을 시도하며 민간인 수천명을 무차별 학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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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부활 성야 미사에서 “인류가 전염병 대유행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이 어둠의 시기에 기독교인들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천사들의 부활절 메시지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며 “새롭게 시작하라는,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는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자”고 말했다.

보통 ‘우르비 에트 오르비’ 강론은 교황이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들에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날 ‘우르비 에트 오르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약 200명의 사제와 신자들만 성 베드로 성당 안에 모여 교황의 강론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론은 현지 TV 채널과 바티칸뉴스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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