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박주민의 불편한 진실

2021. 4. 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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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최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월세 임대료 과다인상으로 비난을 많이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료의 상승폭이 5%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 3법)을 대표, 발의했음에도 법 시행 전에 세입자에게 전·월세를 9%나 올려 받았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행태는 새삼 놀랍지 않다. 앞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 전셋값을 14% 올린 김상조 청와대정책실장에 의해 어느 정도 면역 효과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주변 시세보다 낮았다고 주장하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그 여파로 김 실장은 사퇴를 하고, 박 의원은 박영선 서울시장후보의 홍보디지털본부장에서 하차했다. 박주민 의원은 4일 월세를 크게 낮춰 세입자와 재계약했다고 전해졌으나 그렇다고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먼저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법은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임대료 상승폭을 5% 이내로 규제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도 큰 폭으로 오르면 법의 취지가 무의미해진다. 세입자가 설사 갱신청구권을 이용하더라도 최대 4년까지만 임대할 수 있다. 이후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임대사업자는 주변 시세와 향후 올리지 못하는 부분까지 감안해 임대료를 책정하게 된다. 부동산경기가 현재처럼 불안정하면 4년 뒤 임대료가 30~40% 이상 오른 곳도 속출할지 모른다. 이는 세입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세입자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를 한시적으로 눈 가리는 효과를 거둘지 모른다.

박주민 의원 논란은 설사 집이 있더라도 그 집에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2017년 8월 다주택자를 옥죄면서, 김현미 당시 국토부장관은 "사는 집 아니면 좀 팔라"고 외쳤다. 당시 정부는 "집은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며 현재 거주하는 주택 외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투기'로 낙인찍었다. 하지만 김상조 청와대정책실장이나 박주민 의원이 자기 집 대신 다른 곳에서 전세를 산다고 해서 투기꾼이 아니듯이, 직장과 자녀교육 등을 위해 집과 떨어진 곳에서 전세를 산다고 투기꾼, 갭투자자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부동산중개인의 수수료와 대폭 오른 취득세까지 생각하면 집을 쉽게 사고 팔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상황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집에 전세를 살아야 한다. 그 집은 또 다른 집주인 세입자나, 정부에 의해 투기꾼으로 낙인찍힌 다주택자의 것이다. 그렇기에 다주택자를 옥죄기만 해서는 서울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박주민 의원 논란은 하향식 공천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중구 신당동 거주자인 박주민 변호사를 서울 은평갑에 전략공천 했다. 박 의원은 낯선 은평구에서 전세를 구하고, 신당동 집은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줬다. 흔히들 민주주의 정부를 "국민의(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정부"라고 말하지만, 국내 정당정치에는 "국민의"는 무시되어 왔다. 즉, 지역 주민 중 대표자를 뽑아서 국회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서 파견된 인물을 지역 대표자로 뽑아왔기 때문이다.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힘 등 야당도 마찬가지다. 낯선 동네에서, 그 동네 현안도 모른 채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왜곡된 대의민주주의다.

선거는 신묘한 힘을 갖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던 집권 여당이 서울시장을 앞두고 고개를 숙였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1일 "정부·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부동산정책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달라지는 부분이 많이 있고,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의 힘'이 두려운 것이다.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 많은 반성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말로만 반성해서는 안 된다. 행동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잘못을 바로잡을 힘과 기회를 빼앗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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