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 칼럼] 신장 면화와 차이나 리스크

차상근 2021. 4. 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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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 산업부장
차상근 산업부장

폴리에스터 섬유의 등장으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면화가 느닷없이 전세계인의 화제에 올랐다. 중국 서북 변경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의 면화가 주인공이다. 그것도 과거 미국 흑인노예나 서구열강 식민지의 노동력 착취를 연상케하는 '인권문제'와 결부되어 돌아왔다.

최근 '신장 면화'는 경제 전쟁에서 시작해 '신냉전'으로 비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과정에서 하나의 상징물이 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들이 지난달 22일 신장 위구르인에 대한 인권탄압과 강제노동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하는 와중에 신장 면화가 강제노역의 산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신장에서 강제노동이나 인권탄압은 없었다며 즉각 반박하고 서방의 제재에 맞서 역제재를 취했다.

그런데 불똥은 뒤늦게 유명 스포츠브랜드나 의류업체들에게 튀었다. 지난해 위구르인 강제노역 등의 문제가 중국 당국의 인권탄압 등과 맞물려 국제적 논란이 본격화할 쯤부터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글로벌 기업들이다. 미국 나이키와 뉴발란스를 비롯해 스웨덴 의류브랜드 H&M, 영국 버버리, 독일 아디다스 등 전세계 시장을 장악해온 유명 소비재 기업들이 신장면화 불매운동에 동참했다가 되레 중국내 불매운동의 쓰나미를 맞았다.

특히 나이키의 경우 신발 '화형식'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유포됐다. H&M은 중국 공산당내 공산주의청년단으로부터 "더이상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란 공개통첩을 받았고 중국시장 퇴출수순에 들어갔다. 두 기업은 보복적 불매운동의 본보기로 혹독하게 당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이란 세계최대 시장을 놓고 '인권이냐, 수익이냐'하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문제는 미·중간 현재의 대치구도가 완화 가능성은커녕 최악의 상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덩달아 중국인들의 보복적 불매 행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정부때보다 더 거칠게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위구르인 인권탄압을 전제로 한 동맹국과의 연대 제재는 바이든식 대중 외교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대중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질세라 중국의 역공도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중국은 신장, 티벳, 홍콩, 대만 등의 문제는 내정이며 외세의 간섭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나아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신장문제에 대해서는 극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역린'급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중국인들도 인터넷 등을 통해 서방의 '위구르인 강제노동'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장 면화 패션쇼가 열리는 등 내부적으로 결속하는 움직임까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사드 보복, 센카쿠열도 분쟁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 베트남, 호주, 인도 등과의 갈등과정에서 목격했듯이 중국은 이제는 정부 차원을 넘어 중국인의 애국심을 총동원하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방위로 주변국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되는 쪽은 중국시장을 결코 놓칠 수 없는 기업들이다. 특히 중국경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기업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장 면화에서 본격화된 서방의 대중 압박이 '차이나 리스크'로 다가온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한미일 안보실장회담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등 외교적 묘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은 요원하고 한국의 독자적 해법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차이나 리스크 방책을 마련해야 할 판이다.

차상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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