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샤이 진보" 野 "분노 표출".. 역대급 사전투표율 '동상이몽'

임재섭 2021. 4.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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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조직표가 움직여 결집"
국힘 "정권심판론 판세 기울어"
정당별 '아전인수'식 해석 내놔
전문가들도 분석에 더 신중
4ㆍ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보궐선거 기준 역대급으로 높게 나온 4·7 보궐선거 사전 투표 결과에 여야는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직표가 결집한 것'이라고 보는 여당과 '유권자의 분노가 투표로 나타난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과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조차 "양쪽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며 "개표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20.54%를 기록한 사전 투표율과 관련해 조직표가 움직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샤이(shy) 진보'를 투표소까지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선거에서 불리하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넷 언론사와 기자간담회에서 "샤이진보가 몇%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여론조사상 샤이진보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민들이 분노를 느낀 점이 높은 투표율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3일 구두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위선, 반성 없는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이고 있는 것"이라며 "투표장으로 가셔서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고령층 외에도 2030세대가 공정의 가치에 분노해 사전투표에 대거 참여, 판세가 이미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국민의힘의 시각이다.

유독 높은 사전투표율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조직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를 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높을 수 있다"며 "하지만 반대로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 본 투표율도 높아지는데, 이 경우 민주당의 조직표·열혈 지지표가 과대 대표되지 않고 물타기가 되기 때문에 야당에게도 불리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분노로 인한 요인이 큰데, 분노는 여당에게 주로 하지 힘이 없는 야당을 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본지와 통화에서 "개표를 해봐야 어디가 맞는지 드러날 텐데, 현재로는 둘 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여론조사 상에서 여야 간) 큰 격차가 나온 게 이상한 것이라면, 여당이 결집을 해서 조직적으로 투표해 민주당이 유리해지는 것이고, 동시에 지금의 여론조사가 거의 맞는다면 지금 20대·30대들의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투표결과도 나올 수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특별히 높은 투표율이 '선거의 판'이 크다는 데 있다고 본다. 이 교수는 "보궐선거도 다 같은 보궐선거가 아니다. 군수 뽑고 구청장을 뽑는 선거는 사전투표율도, 본 투표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며 "(서울 시장 선거와 같은) 큰 선거와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여야의 아전인수식 사전투표율 해석에 대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했다. 젊은 층의 분노와 민주당의 조직력 모두 무시 못 할 요인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은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의 편의성을 체득했다. 더욱이 본 투표일이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일 투표를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탓에 미리 투표를 하겠다는 유권자들이 꽤 있다"며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종 투표율이 50%는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견해가 많았다. 신 교수는 사견을 전제로 53~55%사이 투표율을,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인 48.8%보다는 높을 것"이라며 "60%까지 갈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다만 박 교수는 본 선거 당일의 투표율은 높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투표를 하지 않으려던 사람들이 투표를 참여했다기보다는 본 선거 당일 투표를 하려던 사람이 미리 나온 경우가 많다"며 "사전 투표율이 높다고 본 투표율+α(알파)가 되는 것은 아니니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김미경·임재섭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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