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냐 매운탕이냐, 아니 생떼탕인 듯"..'내곡동 생태탕'에 발목 잡힌 與

김명지 기자 2021. 4.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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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 주인 "잘생겨서 기억난다"
인터뷰 나흘 전에 "주방에만 있어서 몰라"
내곡동 땅 개발 의혹이 '생태탕 공방'으로 희화화
오세훈 "직접 대응 안해...시민들이 보고 판단할 것"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해 새로이 내놓은 생태탕 식당 주인의 이른바 '페라가모' 증언 인터뷰가 4일 도리어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친여(與)성향 방송인 TBS에서 '오 후보를 봤고 기억한다'는 내곡동 식당 주인의 증언이 나온 바로 다음날 이를 뒤집는 인터뷰 녹취록이 또 다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때문이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은 오 후보가 먹은 것이 생태당인지, 매운탕인지 추가 폭로를 해 달라"고 역공에 나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 대변인 조수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곡동 생태탕 식당 주인이 지난달 29일 한 언론과 통화에서 "그 당시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고 "박영선 후보와 김어준씨는 16년 전 내곡동 생태탕이 지리였는지, 매운탕이었는지 추가 폭로해 달라"고 했다.

조 의원이 공유한 기사에 따르면 식당 주인은 지난달 29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2005년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식당 종업원 연락처를 묻자) 일하는 사람은 그냥 일만 했지 그걸 어떻게 기억하는가" "내가 온 것을 알면 대답해주는데 난 주방에서 일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식당주인은 지난 2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2005년 우리 식당에 와서 생태탕을 먹었다. 잘생겼더라. 백바지에 페라가모 로퍼를 신고 왔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쳐. 김어준(왼쪽)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른바 '생태탕 공방'은 지난달 2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오 후보 처가 소유의 내곡동 땅을 경작했다는 김모씨를 인터뷰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지난 2005년 6월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오 후보가 장인 등과 함께 와서 측량 현장을 입회했고, 같이 차를 타고 가서 생태탕을 먹었다고 말했다.

뉴스공장에는 지난 2일 김씨와 오 후보 일행이 함께 갔다는 생태탕집 주인과 아들이 출연해 오 후보가 점심을 먹으러 왔을 때를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황씨는 "잘생겨서 기억한다"고 했고, 황씨 아들은 "페라가모를 신었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이를 완전히 뒤집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오 후보는 이날 서울 세빛둥둥섬 일대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생태탕집 방문 공방과 관련해 "제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민 여러분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박영선 캠프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지 언론 인터뷰 통해 그 모순이 자체적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날(3일)에는 "박영선 후보, 김어준의 ‘정치공작소’가 ‘생떼탕’을 끓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16년 전 봤다는 바지의 재질과 색, 페라가모 구두가 생떼탕의 밑 재료라는 데 현명한 서울시민이 속을 리 없다"고 했다.

KBS와 tbs를 통해 공개된 이른바 '생태탕' 증언은 서로 모순되는 점들이 발생하면서 희화화되고 있다. 오 후보가 당시에 선글라스를 쓰고, 흰색 바지에 흰색 상의, 페라가모 구두를 신었다는 증언이 겹치면서 이른바 '오세훈룩'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오세훈 룩/페이스북 캡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박영선 캠프 측의 중대결심을 두고 "오세훈이 사퇴 안 하면 민주당에선 의원 전원이 빽바지 입고 선글라스 끼고 페라가모 신고 내곡동에 생태탕 먹으러 갈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내곡동땅의 존재도 모른다'는 오 후보 말을 반박할 증거로 여러가지 증거를 공개해 왔다.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기 2달 전인 2009년 8월 서울시가 보금자리 주택 지구 지정을 정부에 요청한 문서, 2009년 10월 서울시의회 회의록, 내곡동땅 개발계획이 담긴 서울시 주택공급과의 ‘2008년 주요 사업계획’ 등이다.

그런데 선거를 불과 닷새 앞두고 '내곡동 생태탕 식당 주인'의 증언과, 또 이 증언을 뒤집는 언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오히려 진실 공방에서 한발 멀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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