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30만가구, 오세훈 36만가구..잔여 임기 동안 가능할까?

이동수 2021. 4. 4. 18: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부동산 공약 분석
잔여임기 15개월뿐.. 시간 촉박
박영선 "공공주택 30만호 공급"
오세훈, 재개발 등 36만호 약속
예산 방안도 없이 '장밋빛 空約'
두후보 모두 현정부와 기조 달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인사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부동산과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부동산과 도시개발 관련 공약이 모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그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는 재보궐 선거를 사흘 앞둔 4일 도시개발 전문가들을 통해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점검한 결과, 전문가들은 양 측의 공약이 모두 부동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이행 과정에서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치를 위한 정책만 보인다. 정말 국민만 바라봤다면 그런 정책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수직정원을 겨냥해 “건축 아이템 정도로 생각해야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오 후보의 5대 공약 첫머리에 있는 ‘스피드 주택공급’ 공약과 관련해선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규제 완화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앞서 두 후보로부터 제출받은 공약 가계부를 검토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1년 3개월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 이번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2021년도 하반기 인사 정도”라며 “(두 후보 모두) 임기 내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국회와 서울시의회의 예산심의 상황에 따라 예산 확보 정도가 결정되고, 공약 실행 여부도 그때 가서야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대표 공약인 주택 공급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현 정부 들어 25번 발표된 부동산 정책에도 오르기만 한 집값을 잡기 위해서 박 후보는 재선 임기 포함 2025년까지 공공주택 30만가구,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18만5000가구를 포함한 36만가구 신규 공급을 약속했다. 심 교수는 통화에서 “박 후보는 내년에 대선이 있어 여권이 표심을 고려하면 공공주택을 많이 짓기 힘들겠고, 오 후보는 재건축 이익환수나 개발이익부담금 등이 서울시장이 아닌 중앙정부 관할이라 이행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부동산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30만가구가 얼마나 많은 숫자이냐면, 분당 신도시가 10만가구이므로 서울에 분당 신도시 3개를 5년 이내에 지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인 오 후보는 물론 여당 후보인 박 후보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35층 층고 제한 완화 등 정부와 결이 다른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박 후보의 공시가격 인상폭 제한, 오 후보의 재산세 감면 등도 중앙정부·국회와 협조 없인 실천이 힘든 공약이다. 청와대도 이미 기존 부동산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후보의 공약이 선거용 땜질식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내년까지도 표를 의식하지 않는 부동산 정책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이번 공약이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다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으로 ‘정권심판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여권으로서도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3월 대선까지 민심을 돌리기 위해선 이번 두 후보의 공약처럼 기존 정책을 대폭 수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박영선 캠프 제공.
◆“朴 도시개발, 시민 호응이 문제”

‘21분 콤팩트 도시 서울’은 박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내놓은 전체 공약 중 우선순위 1위를 차지했다. 서울 어느 곳에서든 21분 안에 직장·교육·보육·쇼핑·문화 인프라를 접할 수 있도록 서울을 21개 다핵분산도시로 쪼개는 구상이다. 다핵도시의 중심엔 1인 주택·오피스·스마트팜·도서관·돌봄센터 등이 포함된 ‘수직정원’이 들어서면서 ‘21분 생활권’을 완성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명지대 권 교수는 “내 집 앞에 가로수가 막혀 있어도 잘라내자고 하는 판에 수직정원이 호응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후보는 토지임대부 방식의 평당 1000만원 ‘반값 아파트’를 공약하기도 했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으로, 전문가들도 “이 방식이라면 평당 1000만원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시민 호응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10∼20년 지나면 건물값이 폭락할 텐데, 시민들이 자본이익이 없는 집에 투자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재산세에 더해 토지가 내 것이 아니므로 토지임대료까지 내고, 추후 개발이익은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며 “월세 사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일 저녁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호소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吳, 문제 피하는 소극적 공약 일관”

오 후보 측의 대표공약인 ‘스피드 주택공급’ 공약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18만5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스피드 주택공급 공약은 대부분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유도하는 것이라 장기적으로 봤을 땐 공약에 쓰이는 예산 모두 회수 가능해 소요 추정 예산이 0원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 후보 부동산 공약에 대해 “한마디로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가급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소극적인 공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도시개발 공약으로는 ‘균형발전 서울’이 있다. 동북권에는 창동차량기지 개발, 서남권에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서북권에는 서울혁신파크 재조성 등 권역별로 핵심시설을 유치해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이다. 그러나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창동차량기지 부지에 농구장을 건설하고 대형쇼핑공간을 만드는 게 왜 균형발전 공약인가”라며 “도시디자인은 시장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일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건너편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연합뉴스
◆“초과이익환수제 해결돼야 재개발·재건축 가능”

두 후보 모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약속했지만 “권한 밖의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장 큰 ‘시어머니’인 초과이익환수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재개발·재건축은 진도를 빼기 어렵다”며 “그런데 이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수·김주영 기자 ds@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