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끌어모아 '연끌'..직접운용 규모만 100조 돌파
높은 수익 겨냥..1년만에 18조 늘어 100조 첫 돌파
◆ 퇴직연금 투자시대 (上) ◆
퇴직연금을 주식형 펀드나 ETF에 투자하는 직장인이 급증하고 있다. 연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IRP 규모는 지난해 100조원을 처음 돌파하며 연금 투자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개인 투자금 중 가장 만기가 긴 자금인 퇴직연금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지 않고 우량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에 흘러가면 기업의 성장과 투자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효과적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대신 잠자는 연금을 활용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총 적립금 규모는 전년(221조2000억원)보다 15.5% 증가한 25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 250조원을 돌파했다. 기업의 퇴직연금 신규 도입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근로자들의 납부 증가, 수익률 상승 등으로 전체 퇴직연금 평가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 수익률은 10.67%로 예·적금 등으로 운용하는 원리금 보장 상품 수익률(1.68%)보다 6배 이상 높았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작년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 들어와 1차 동학개미운동이 펼쳐졌다"며 "올해는 잠자고 있는 퇴직연금을 활용한 2차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가입자가 직접 굴리는 퇴직연금 첫 100조 돌파
DC형·개인형 퇴직연금
4년새 2배늘어 101.6조
작년 DB형 수익률 1.9%
확정기여형은 3.5% 달해
ETF 투자 원하는 개인은
증권사로 연금계좌 옮겨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난 지난해까지만 해도 DC형과 IRP 계좌를 통한 실적 배당형 상품 투자는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았다. DC형의 경우 실적 배당형 상품 투자 비율은 2019년 15.7%에서 지난해 16.7%로 1%포인트 증가했다. IRP는 25.5%에서 26.7%로 1.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1분기(1~3월) 금융투자 업계는 퇴직연금 투자 시대에 고무된 모습이다. 여의도의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펀드나 ETF에 가입하고 싶다는 고객들 상담이 올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 NH투자, 한국투자, 삼성 등 4개 증권사에 따르면 은행·보험사에서 이들 증권사로 옮겨온 IRP 자금 규모는 2019년 1563억원에서 지난해 4374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계좌 이동 속도는 올해 더 빨라져 1~3월 세 달간 3122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이동 금액의 70%를 넘긴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퇴직연금 투자가 사실상 올해 본격화한 이유는 개별적으로 종목을 골라 투자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 1월 중순 이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직접 투자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도 은행 신용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제한적인 상황이다. 사실상 방치돼 있는 퇴직연금을 활용하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펀드나 ETF 투자로 개별 종목 선정에 따른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평가다.
수익률도 큰 영향을 미쳤다. 95.5%를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하는 DB형의 지난해 수익률은 1.91%에 그쳤다. 반면 실적 배당형 상품 운용 비중이 16.7%에 이르는 DC형의 지난해 수익률은 3.47%에 이른다. 실적 배당형 비중이 26.7%인 IRP는 지난해 3.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원금 보장형 상품 수익률은 지난해 1.68%였지만 실적 배당형 상품 수익률은 증시 활황 영향으로 10.67%까지 치솟았다.
연금을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할 경우 마이너스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8년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은 1.56%였지만 실적 배당형 수익률은 -3.82%를 기록했다. 손실 발생 우려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5조5000억원의 퇴직연금 중 228조1000억원(89.3%)이 예·적금, 금리 확정형 보험, 원리금 보장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에 투자되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연금센터 상무는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자산 배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확정급여(DB)형 : 퇴직급여가 사전에 결정되는 제도. 사용자(기업)는 매년 최소 적립금 이상을 적립하고 적립금 운용 방법을 결정하며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확정기여(DC)형 : 사전에 확정된 부담액을 사용자가 근로자 계좌에 납입해주면 근로자는 자기 자금을 추가해 운용할 수 있고, 운용 결과 책임도 근로자가 지게 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을 자기 명의의 퇴직 계좌에 적립해 스스로 운용하는 제도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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