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동시에 한국 압박 "기술동맹 우리와 맺자"

한예경,안정훈,손일선 2021. 4. 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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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일회의서 "반도체 동맹"
中, 한중외교회담서 "5G 협력"

◆ 美·中갈등 속 한국의 선택은 ◆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이 동시에 한국과 '기술 동맹'을 원한다고 밝혔다. 미·중 간 신냉전시대에 정보기술(IT)을 둘러싼 패권 전쟁이 가시화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와 선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를 개최했다. 북핵 관련 내용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 가운데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중요한 전략 품목으로 여기는 반도체 문제도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회의를 앞두고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일 3국은 반도체 제조 기술의 미래에 관한 열쇠를 쥐고 있다"며 "우리는 민감한 공급망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대한 중요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오는 12일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중국은 한국과의 기술 협력을 중요 의제 중 하나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회담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며, 5G·빅데이터·녹색경제·인공지능·집적회로·신에너지·보건산업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정 장관을 만나기에 앞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도 연쇄 회동하면서 5G 및 디지털 경제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북핵 관련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한·미·일 3국 안보실장회의에서는 '북·미대화 조기 재개 노력'이,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 각각 강조됐다. 한·미·일 안보실장회의 직후 나온 성명에서는 "비핵화를 향한 3국 공동 협력을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정 장관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된 관리와 평화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계속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안정훈 기자]

중국 "한미 더 가까워질라"…6년 만에 한중 2+2회담 꺼냈다

정의용·왕이 한중외교장관
4시간30분 회담서 전격 합의


사드 이후 끊긴 외교·국방대화
차관급 격상해 상반기 열기로
바이든 동맹외교 견제 나선듯

시진핑 주석 방한 놓고 온도차
韓 "조속 추진" 中 브리핑 안해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 맨앞)이 3일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 맨 앞)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이날 양국 외교장관은 2+2 회담을 6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신화 = 연합뉴스]
한중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중단됐던 외교·국방당국 간 '2+2' 대화를 6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회의 참가자도 기존 국장급에서 한 단계 높인 차관급 대화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미국이 한국과 5년 만에 2+2 회의를 재가동한 가운데 한중 양국도 2+2 대화에 나서 미묘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중 2+2 대화 재개는 미국의 반중 외교전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중국 측이 먼저 한국에 제안했고 이를 우리가 받아들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외교안보 고위급 2+2 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개최 시기는 올해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또 참여하는 수석대표를 차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한중 2+2 대화는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3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열렸으나 2015년 1월 서울에서 개최된 2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6년째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는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된 양국 관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동맹국 외교 강화'를 표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롭게 취임한 뒤 한·미·일 협력 강화를 도모하자 중국도 태도를 바꾸는 모습이다. 지난달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취임 후 첫 출장지로 일본과 한국을 선택했다. 두 장관은 한일 양국과 연달아 2+2 회담을 연 뒤 지난 2일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안전보장국장을 미국으로 불러 3국 안보실장 대화까지 개최했다. 이에 질세라 정의용 장관을 자국 푸젠성 샤먼시로 초청한 중국은 대미 견제의 포석을 깔았다. 또 왕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한중)는 함께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형세를 수호할 것"이라며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다자주의를 함께 수호하며 공동의 이익을 심화·확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은 그 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과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회담 내용 발표문에 시 주석 방한 관련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한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발전 로드맵 마련을 위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올해 상반기 내 출범시키기로 했다. 두 장관은 3일 오전 11시 30분께 샤먼시 하이웨호텔에서 만나 회담부터 오찬까지 4시간30분가량 함께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양국 제안에 어느 정도 호응하면서 일관된 기준과 가치관에 기반한 행보로 우리 외교 공간을 넓히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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