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 거침없는 중국.. 글로벌 기업 쇼핑 빨라진다

정지우 2021. 4. 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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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에 성과 내기 힘든 첨단산업
자본 앞세워 기업 통째로 사들여
지난해 삼성 LCD 생산라인 이어
이번엔 OLED 패널 칩 세계 2위
국내 중견 반도체 업체 인수 계약
美 제재 이후 M&A 가속화 양상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첨단기술분야 '굴기' 지시에 맞춰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반도체 관련 업체 인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 자체가 단기간에 성장하기 어려운 기술의 집약체인데 반해 중국 기술 수준은 상대적으로 뒤쳐진 만큼, 능력 있는 글로벌 기업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기술까지 흡수하겠다는 전형적인 '중국식 전략'이다. 반면 중국의 기술 유입이 가속화될수록 상대국 반도체 산업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선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와대 청원, 中영향력 강화 신호

4일 진스수쥐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은 지난달 29일 한국 중견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의 미국 본사 주식 전량을 매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다.

매그나칩은 TV,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구동칩을 생산한다. 2020년 기준 OLED 패널 구동칩 분야에서 점유율 32.2%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또 반도체와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등에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매체는 매그나칩 인수와 관련해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국가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방지를 위해 매그나칩의 중국 자본 매각을 막아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진스수쥐는 "청원은 중국의 OLED 반도체 기술을 빠르게 향상시켜 한국이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내용으로, 1만8000명 이상이 서명했다"면서 "이는 사실 반도체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어느 새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해외기업 인수해 '반도체 국산화'

중국 매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반도체 국산화'라는 맥락에서 중국 기업의 글로벌 반도체 관련 기업 인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지난해 8월 중국 디스프레이업체인 TCL테크놀로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10억8000만달러(약 1조2776억원)에 사들였다. 매체는 "이 소식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충격을 줬다"면서 "시장은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3월에는 중국 업체 잉탕즈쿵이 일본 파이오니아 마이크로 테크놀로지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일본 기업이 중국으로 넘긴 기술에는 반도체 제조 장비인 광각기 설비가 포함돼 있다고 중국 매체는 설명했다. 매체는 "중국 기업의 지속적인 해외 인수 가속화는 반도체 국산화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중국산 반도체칩 산업의 세계적 영향력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제재 이후 산업 중단 절박감 작용

중국이 이처럼 외국 우수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단기간 발전을 끌어올리기 힘든 반도체 산업의 특징 때문이다. 여기다 미국의 제재 강화에 글로벌 공급 부족까지 덮치면서 자동차, 휴대폰 등 중국 내 각종 산업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을 뛰어넘는 '굴기'를 목표로 잡은 14차5개년(2021~2025년) 계획에 반도체를 주요 과제로 포함시킨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중국 경제발전 계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 쑨쉐궁 소장은 지난달 30일 대외경제연구원 북경사무소 주최 '2021년도 제1회 한중경제포럼'에서 "중국은 반도체 국제 분업에서 제조를 해야 하는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미국의 제재 이후 수요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면서 "반도체 산업을 처음부터 전반적으로 개발하려면 광학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따르면 중국 반도체 매출은 2020년 기준 전년보다 17% 증가한 8848억위안(약 152조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2020년 동안 시장규모 연평균 증가율이 20%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성과는 1조위안대(약 172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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