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여교수·ESG전문가..올해 사외이사 '대세' [스페셜 리포트]

정승환 2021. 4.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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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법조인 출신 줄고
여성·ESG인재 늘고

◆ SPECIAL REPORT : 10대그룹 사외이사 대해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매일경제가 10대 그룹 상장사 사외이사 362명을 분석했다. 직업별로는 교수가 179명으로 전체의 49%를 차지했다. 교수 다음은 관료 출신이다. 부총리·장관 17명, 차관 14명, 국세청 17명,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9명, 공정거래위원회 6명, 감사원 5명, 기타 부처 4명이다. 법조인은 40명이며 기업인 32명, 은행·금융투자 21명, 회계 3명, 언론 3명으로 집계됐다. 교수·관료·법조인은 전통적인 대기업 사외이사 선호 직군이다. 그런데 올해 주주총회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회사의 외풍 차단용 사외이사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교수와 기업인이 권력기관 출신들의 자리를 하나둘씩 차지하고 있다.
새 얼굴 절반이 교수…기업인 10%
4일 매일경제 분석에 따르면 최근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신규 사외이사는 67명이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중 34명(50.7%)은 교수다. 경영학 전공 교수가 15명이며 공대 교수 7명, 로스쿨 교수 4명 등이다. 경영대 교수는 지배구조·회계, 공대 교수는 항공우주·생명공학 등 미래산업, 로스쿨 교수는 준법경영 분야에 강점이 있다. 교수 다음은 장관 출신과 기업인으로 각각 7명(10.3%)으로 나타났다. 이희국 전 LG전자 사장은 GS건설, 이웅범 전 LG화학 사장은 포스코케미칼, 이수영 전 코오롱에코원 대표 등은 (주)LG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김선희 SK(주) 사외이사는 현직 매일유업 대표다. 신규를 포함한 전체 사외이사 중 기업인이 가장 많은 그룹은 LG로 9명이다. SK 8명, 현대자동차 5명, 삼성 3명, 포스코 3명 순이다.

차관 출신은 4명이며, 검찰과 법원 출신은 각각 2명에 그쳤다. 국세청은 4명이며, 감사원은 2명에 불과했다. 공정위와 금감원 출신은 없다. 국세청 출신 2명, 감사원 출신 2명을 신규 사외이사에 선임한 신세계그룹을 제외하면 권력기관 출신 이사 숫자는 낮아진다.

그룹별 신규 사외이사 특징도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신규 사외이사 7명 중 1명을 빼고 장차관 출신이다. 나머지 1명은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사외이사 13명 가운데 교수가 11명이다.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현대차),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정책대학원 교수(현대모비스), 윤윤진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과 부교수(현대글로비스), 조혜경 한성대 IT융합공학부 교수(현대건설) 등 실력 있는 여성 교수들이다. 기존 사외이사 중엔 외국인도 있다. 카를 노이만 전 폭스바겐차이나 최고경영자(CEO·현대모비스)와 브라이언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털 공동대표(현대모비스), 유진 오 전 캐피털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현대차) 등이다.

SK의 신규 사외이사는 교수 3명, 기업인 1명, 검찰 1명, 장관 출신 1명으로 이뤄졌다. 6명 중 4명이 여성이다. SK 계열사 나노엔텍에서 올해 재선임된 황성걸 사외이사는 현직 LG전자 고객경험랩장(전무)이다.

LG의 새로운 사외이사는 교수와 여성이 주류다. 교수 7명, 기업인 2명이다.

한화는 9명 중 7명이 교수다. 항공우주공학, 화공생명공학, 경영학 등 전공도 다양하다. 이한주 한화솔루션 사외이사는 40대 벤처사업가다. LG와 한화의 신규 사외이사 중에는 장차관과 권력기관 출신이 없다. 현대차는 지방국세청장 출신 1명뿐이다.

롯데와 현대중공업, 신세계에선 기업인 출신이 1명도 없다. 신세계그룹은 신규 사외이사 6명 중 감사원과 국세청 출신이 각각 2명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전직 관료·교수·법조인이 전체 사외이사 중 약 75%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며 "대부분 사외이사가 전·현직 CEO인 미국과 크게 대비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회사들이 아직도 사외이사를 로비스트나 허수아비로 보고 있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신규 사외이사 중 여성은 42%
10대 그룹 여성 사외이사는 총 45명에 달했다.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12.4%다. 올해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만 분석하면 이 비율은 높아진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은 41.8%(28명)로 나타났다.

여성 사외이사는 교수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사외이사 중 교수 비율이 49%인 데 비해 여성 사외이사의 경우 10명 중 7명이 교수다. 교수는 31명(68.9%)이며 학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33명(73.3%)이다. 전공별로는 △경영·경제 10명 △법 8명 △공학 5명 △정치·행정 3명 △미디어 2명 △의학 1명 △국제 1명 △디자인 1명으로 나타났다.

교수 외 직업으로는 기업인 6명(13.3%), 법조인 4명(8.9%), 금융투자 1명(2.2%), 회계사 1명(2.2%)으로 집계됐다. 로스쿨 교수까지 고려하면 법조인은 12명(26.7%)이다. 검사장 출신은 조희진 GS건설 사외이사가 유일하며, 국세청·공정위·감사원 등 권력기관 출신은 없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사외이사의 교수 편중은 그만큼 여성 인재 풀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 인재를 키워야 하며 사외이사에 교수뿐 아니라 기업, 언론, 전문직 등 다양한 직업군이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사외이사 6년 연임 제한이 시행된 데다 내년 8월부터 여성 등기임원이 의무화되면서 능력 있는 여성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여성 등기임원 의무화 대상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이다.

여성 사외이사는 그룹별 특징도 있다. 삼성그룹 여성 사외이사는 10명으로, 전체 사외이사 대비 16.7%다. 6명이 교수이며, 법조인은 3명이다. 교수는 로스쿨 2명, 경영 2명, 의대 1명, 경영 2명, 정치외교 1명이다. 기업인은 제니스 리 삼성물산 사외이사가 유일하다. 제니스 리 사외이사는 하나로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SC제일은행 부행장을 지냈다. 신규 이사는 조배숙 삼성생명 사외이사뿐이다. 현대차그룹에선 여성 사외이사 7명 모두 올해 선임됐다. 공대 교수가 3명이며, 경영 전공 교수 2명, 정외과 교수 1명, 기업인 1명이다. 경륜보다는 전문성에 비중을 둔 선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인과 관료 출신은 없다. 그룹 총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13.7%다.

SK는 여성 사외이사 8명 중 기업인이 2명이다. 김선희 SK(주) 사외이사와 안해영 SK바이오팜 사외이사다. 나머지는 교수다. 경영대와 로스쿨이 각각 2명이며, 공대 1명, 미디어 1명이다.

LG는 올해 처음 5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교수 3명, 기업인 2명으로 전체 대비 11.6%다. 내년에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시스템을 제외한 5개 상장사에 6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있다. 7개 상장사 사외이사 31명 중 19.4% 규모다. 교수가 5명이며, 나머지는 아만다 부시 한화솔루션 사외이사다. 부시 사외이사는 미국인으로, 오거스틴캐피털파트너스 컨설턴트다.

포스코는 3명, 롯데와 GS는 각각 2명에 그쳤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여성 사외이사가 1명에 불과했다.

ESG 전문가도 사외이사에 합류

올해 사외이사 새 얼굴 중에는 환경·책임·투명경영(ESG) 전문가들이 눈에 띈다. 최근 대기업들은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ESG 경영을 중요시하고 있다.

최중경 삼성물산 사외이사는 회계 개혁 전도사로 불린다. 공인회계사회 회장 시절 외감법(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을 개정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삼성물산이 그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재무 투명성 제고다.

(주)LG 사외이사인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집행임원은 환경 전문가다. 그는 환경서비스 회사인 코오롱에코원 대표로 일했다. LG유플러스는 벤처캐피털인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제 이사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돕는 스타트업 투자 경험이 있다.

유영숙 포스코 사외이사는 생화학 박사이자 환경부 장관을 지낸 환경 전문가다. 현재도 유엔기후변화총회 등에 참석하고 있다. 회사 측은 ESG와 관련해 그의 역할에 기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외이사에 합류한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다. 이 교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ESG 경영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우혜정 한화투자증권 사외이사는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교수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다. 박순애 현대건설기계 이사는 환경정책 분야 전문가다. 그는 회사의 ESG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ESG 배우기에 나선 사외이사도 있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SK(주)), 봉욱 봉욱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SK가스),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현대건설기계) 등은 매일경제·환경재단 공동 주최 'ESG 리더십 과정' 수강생이다. ESG 과정은 지난달 25일부터 10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효섭 실장은 "최근 학술 연구 등에 따르면 이사회 규모가 크고 다양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CEO의 헌신도가 높을수록 ESG 성과가 우수하며 기업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ESG위원회를 만들고, 컨설팅 회사에 엄청나게 돈을 쓰고 대리·과장에게 보고서를 쓰라고 시키는 건 소용없다"며 "대신 CEO와 이사회를 교육시켜 경영진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는 일반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사외이사 결격 사유가 없는 등기이사다. 경영건전성을 위해 1998년 도입됐다.

사외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결의 사항이며, 주총 소집 통지 시 공고한 후보자 중에서 선임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둬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사외이사를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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