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독수리 타법' 홍남기의 퇴장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2021. 4. 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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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른바 '독수리 타법'의 소유자다.

홍 경제부총리의 치열한 공복(公僕) 의식과 끈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장점을 인정받아 홍 부총리는 최근 기재부의 '영원한 보스'로 불리는 윤증현 전 장관을 제치고 최장수 장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만큼은 홍 부총리가 부디 '1승'을 거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마지막 '재정 파수꾼'이었다는 별칭으로 명예로운 퇴장을 이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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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경제부 차장
[서울경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른바 ‘독수리 타법’의 소유자다. 익숙하지 않은 솜씨로 손수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측은하기도 하고 어쩐지 짠해지더라”고 말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그래도 기재부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인정하는 게 하나 있다. 홍 경제부총리의 치열한 공복(公僕) 의식과 끈기가 바로 그것이다. 세종시와 광화문·여의도를 오가며 정신없이 이어지는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자택으로 돌아간 뒤 자정이 넘도록 직접 발언 자료를 고쳐 담당 공무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잦아 텔레그램 방에 모여 있는 후배 공무원들이 늘 긴장해야 했다는 후일담이 많다.

지난 1월 말 여당이 추진하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오늘 방안을 마련해 내일 입법, 모레 지급과 같이 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속도 조절을 요구한 것도 홍 부총리가 밤늦게 공식 자료에 끼워 넣은 발언이라고 한다. 당시 화제가 됐던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 같은 발언도 그가 직접 고른 단어다. 천재형 리더는 아닐지 몰라도 하나의 사안에 무섭게 집중하는 끈기와 성실성에서 만큼은 과거 어느 기재부 장관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장점을 인정받아 홍 부총리는 최근 기재부의 ‘영원한 보스’로 불리는 윤증현 전 장관을 제치고 최장수 장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최근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관가에서는 7일 서울·부산 보궐선거가 끝나면 부총리가 바뀔 것이라는 교체설이 이미 기정사실처럼 오르내리고 있다. 선거 결과가 여당의 패배로 끝날 경우 경제팀에 대한 대대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본인도 이미 자리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았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홍 부총리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라거나 ‘9전9패(청와대 및 여당과 부딪혔던 정책 사안에서 모두 후퇴함)’라는 말로 그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정책 발굴이나 위기 관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예스맨’이라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홍남기표(標)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반면 애초에 국가 경제 사령탑이라는 소명 의식이 없었다면 180석을 등에 업은 기세등등한 여당과 9번이나 얼굴을 붉혔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제 선거가 끝나면 여당발(發) 전 국민 위로금 지급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이번만큼은 홍 부총리가 부디 ‘1승’을 거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마지막 ‘재정 파수꾼’이었다는 별칭으로 명예로운 퇴장을 이뤘으면 좋겠다.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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