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대·치대 갈래요"..작년 서울대 신입생 126명 그만뒀다

문광민 2021. 4.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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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재 대학 신입생 자퇴 현황 분석해보니
작년 코로나로 비대면수업에
의·치·한 열풍까지 겹쳐 급증
연대 신입생 자퇴율도 5.4%
올해 약대 1700명 학부서 선발
의학계열인원 6568명으로 늘어
대학가 반수생 더 늘까 '긴장'
지난해 서울대 신입생 가운데 100명 이상이 입학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학교를 자퇴했다.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신입생 자퇴율도 증가했다. 의대 정원 증가, 약대 신입생 선발, 대학 비대면 수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일 매일경제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대학별 학부 신입생 자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에선 신입생 자퇴가 전년도에 비해 30~50% 증가했다.

서울대는 2020학년도 신입생 3173명 중 126명(4.0%)이 자퇴했다. 전년도(83명)와 비교해 52% 늘어난 것이다. 서울대에서 자퇴 신입생이 100명을 넘은 것은 최근 11년 사이에 처음이다. 2010학년도엔 신입생 16명이 입학 1년 내에 자퇴했고, 2014학년도에 60명으로 늘어난 뒤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에서 신입생 자퇴 사례가 본격 늘어난 시기는 의대 모집인원이 증가한 시기와 겹친다. 대학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을 줄이고 다시 의대로 학제를 전환하면서 201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은 2255명으로 전년도보다 717명 늘었다. 지난해 대입에선 의대 정원이 2977명이었다.

학령인구 감소도 신입생 자퇴생이 증가한 데 일부 영향을 미쳤다. 2010학년도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한 인원은 67만여 명이었다. 이 숫자는 2011학년도에 71만여 명으로 늘어난 뒤 줄곧 감소해 지난해에는 49만여 명에 그쳤다. 같은 시기에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등 의학계열 모집인원이 늘어났으나 전체 수험생은 감소하면서 입학 경쟁이 상대적으로 완화됐다.

연세대에선 지난해 신입생 4042명 중 217명(5.4%)이 자퇴했다. 연세대는 2019학년도 자퇴 신입생이 172명으로 집계됐지만 1년 만에 26% 늘었다. 중앙대의 경우 52%(2019학년도 273명→2020학년도 414명), 경희대는 47%(324명→476명), 서울시립대는 39%(106명→147명) 등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들 대학에서 나타난 신입생 자퇴의 주요 원인으로는 대입 재도전이 꼽힌다. 자퇴 신입생이 증가했다는 것은 반수를 하는 인원이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학적을 바꾸는 데 성공한 인원도 많았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대학 반수생이 여느 때보다 많을 것으로 예견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 시기가 미뤄지고, 그나마 열린 강의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수를 희망하는 신입생 입장에선 통학과 수강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든 만큼 대입 준비에 투자할 시간이 늘었다.

주요 대학 신입생들의 자퇴 행렬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7곳 약대가 학부 신입생 모집을 시작하면서 이공계 학생들의 자퇴가 늘어날 전망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2학년도 대입에서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 모집인원은 2758명으로 전체 고등학교 3학년 이과생의 2.6% 수준이었다. 올해는 기존 의학계열 모집인원이 늘고, 약대 모집이 새로 추가되면서 전체 의학계열 모집인원이 6568명으로 전체 고3 이과생의 7.0% 수준까지 확대된다. 2012학년도 고3 이과생은 10만6054명(추정)이었지만 올해는 9만4402명(추정)으로 줄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 비대면 수업, 약대 선발, 문·이과 통합형 수능 등은 반수를 희망하는 이공계 학생에게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상위권 대학 모집단위들부터 합격선이 연쇄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은 신입생 자퇴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신입생 자퇴 현황은 입시·학사 관리에 관한 내부정보로 법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정보에 해당한다거나, 중도 탈락 학생들 중 신입생 현황만 따로 추출한 자료는 없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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