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소리꾼들이 '내려온다'

오수현 2021. 4. 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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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김준수·유태평양
극립창극단 신작 '절창'서
환상의 듀오 판소리 선보여
연기·춤까지 소화하는 무대
한때 소리꾼 명맥이 끊길 것 같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들어 풍성한 대중문화를 본격적으로 향유하기 시작한 첫 세대인 X세대(1970년대생)에게는 판소리가 자리 잡을 공간이 없었다. 하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시대에 들어서는 국악 특유의 흥과 리듬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들 젊은 세대에서도 걸출한 소리꾼들이 배출되고 있다.

1990년대생 소리꾼 김준수(사진 오른쪽)와 유태평양이 오는 17~18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창극단 신작 '절창(絶唱)'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다.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소리꾼들 기량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다.

김준수와 유태평양은 함께 출연하는 창극에서 주연·조연을 번갈아 맡으며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동료이자 친구다. 1991년생인 김준수는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후 '춘향'의 몽룡, '패왕별희'의 우희, '트로이의 여인들'의 헬레네 등 배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거듭해 왔다. KBS 드라마 '조선미인별전'에서 김생 역을 맡아 출연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펼쳐왔다.

1992년생 유태평양은 여섯 살이 되던 해 '흥보가'를 3시간 30분간 최연소로 완창한 이력의 소유자다. 2016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후 창극 '심청가'의 심봉사와 '춘향'의 방자, '흥보씨'의 제비 역을 맡아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러 완창 무대를 경험하며 다져온 탄탄한 소리는 물론, 재즈·춤·타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섭렵해 음악적인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이들 MZ세대 소리꾼 둘은 이번에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수궁가'를 공연한다. 완창하려면 4시간가량 소요되지만, 100분으로 압축했다.

김준수와 유태평양은 단순히 역할에 따라 소리를 나눠 부르는 분창(分唱)에서 탈피해 판소리 장단에 맞춰 가사를 주고받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합을 맞춘다.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두 소리꾼의 재담과 창극 배우로서 쌓아온 연기와 춤을 바탕으로 한 역할극도 주목할 만하다. 토끼, 별주부, 용왕, 호랑이 등 수궁가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두 소리꾼이 상황에 따라 분배해서 부른다. 유태평양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전통 판소리인 수궁가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별주부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토끼를 속이고, 토끼는 관직을 받으려는 명예욕에 수궁으로 내려가고, 병을 고치기 위해 다른 생물의 배를 가르려 했던 용왕의 이기심들을 보다 보면 수궁가는 여전히 우리 인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절창은 시대 변화에 따른 전통 판소리 변화의 방향을 고민해보는 판소리 무대"라며 "소리꾼으로서의 사명감과 본분을 되새기며 이 시대에 맞는 참신한 소리 판을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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