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 개발사만 앱 수수료 내고 나머진 대부분 무료..이게 구글 모델"

홍성용 2021. 4.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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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취임후 첫 언론인터뷰
90% 무료기반인 구글플레이
유료 결제가 유일한 수익원
별도 데이터센터 한국 두도록
본사 설득하는게 나의 역할
뉴스가 구글 정보의 핵심원천
언론사와 대화 좀더 하겠다
김경훈 신임 구글코리아 사장이 서울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구글을 둘러싼 각종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구글은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부터 뉴스 저작권료, 크롬 웹쿠키 차단 이슈까지 구글 정책이 소비자는 물론 국회와 재계 모두에서 화두다. 기업에는 강력한 경쟁자이자 협력 대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신임 구글코리아 사장으로 선임된 김경훈 사장을 서울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직접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한 캠퍼스 사무실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를 증명하듯 수십 개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2015년 구글에 입사한 김 사장도 "지난해 9월 팀 회의를 위해 이곳을 방문한 지 6개월 만에 회사를 찾았다. 이제는 재택근무가 출근보다 당연하게 느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국내 언론과는 취임 후 첫 인터뷰였다. 그래서 그런지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오해만큼은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목소리에 깊이 녹아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앱결제 의무화를 꼭 해야 하나.

▷언젠가는 마주할 미래였다. 애플리케이션(앱) 90%가 무료 기반인 앱 마켓 구글플레이에서 수익이 나는 유일한 지점이 바로 유료 결제가 이뤄질 때뿐이다. 매출이 많은 거대 개발사가 수수료를 부담하고, 대다수 이용자와 앱 개발사들은 무료 플랫폼의 이점을 누리는 현 방식이 구글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새로 만든 정책이 아니다. 이미 있는 제도에 분명하지 않은 문구를 명확히해서 전 세계 모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주요 파트너들에겐 미리 공지하고 충분히 설명했다(구글은 지난해 9월 기존에 게임 앱에만 의무화했던 구글의 자체 결제 시스템 적용을 웹툰과 음원 등 나머지 분야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인앱결제 정책에 '게임'만 문구화돼 있어 게임 개발사만 30% 수수료를 부담해왔다. 업계와 정치권에서 거세게 반발했고, 최근 15%로 낮췄다).

―앱 마켓 수수료 왜 낮췄나.

▷매출이 100만달러(약 11억원)가 안 될 때는 앱 마켓 수수료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글로벌 발표에 앞서) 한국 국회와 언론에 최초로 밝혔다. 매출이 100만달러를 넘는 대형 개발사도 100만달러 기준 초과분에 한해서만 30%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다만 앱 마켓 수수료 15%는 절대 과한 게 아니다.

―수수료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건가.

▷안드로이드 앱 마켓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치다. 수수료를 우리가 모두 가져가지도 않는다. 결제 수단을 제공한 결제 파트너와 정산해야 한다. 서버 유지비, 인건비, 플레이스토어 내 다양한 캠페인에도 사용한다. 수수료가 낮아져 부작용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엔 안드로이드 오픈 생태계에서 더 많은 혁신이 나올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구글 비즈니스 모델은 개발자와 개발사가 함께 가는 상생 모델인데, 스토어 운영 최소 비용이 법안으로 막히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협박이 아니라 불가피한 부분이다.

―인앱결제 정책은 구글의 플랫폼 철학과 연관되는 것인가.

▷무료 기반으로 움직이는 '오픈 인터넷'이 구글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무료로 작동되지만 사실 공짜가 아니다. 비용이 든다. 개방성을 위해선 글로벌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회사냐, 아니냐'로 먼저 찍고 회사를 바라보는 것이 최적화된 결정이 아닐 수 있다. 구글의 본업 비즈니스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보고, 그 가치를 한국 국민들이 최대한 누리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호주와 프랑스 언론사에 뉴스 저작권료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정보를 잘 정리해 제공하는 것, 그게 바로 구글의 미션이다. 뉴스가 정보의 핵심 원천이다. 뉴스를 다루는 방식은 나라별·언론사별로 상황과 입장이 다르다. 구글은 한국 상황과 이용자에게 가장 도움되는 방식을 만들고자 한다. 구글은 '뉴스 쇼케이스' '서브스크라이브 위드 구글'처럼 다양한 뉴스 프로그램이 있다. 뉴스를 둘러싼 언론사들의 걱정도 이해한다. 현재는 한국 언론사와 어떤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지 대화하는 단계다.

―구글 크롬의 쿠키 중단 배경은.

▷내년 4월부터 구글 웹브라우저 크롬의 쿠키 분석을 중단한다. 처음 인터넷에 디지털 광고가 나왔을 때는 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쿠키라는 기술을 썼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프라이버시 문제가 중요 이슈로 떠올랐고, 쿠키에 포함된 정보도 쓰지 않으면 좋겠다는 시장의 니즈가 생겼다. 구글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철학은 '내 개인정보는 고객이 컨트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고 이에 따른 행보다.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직접 설치할 계획은 없나.

▷서버를 짓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의사 결정이고 내 권한 밖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튜브 등 서비스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좋겠다"고 본사에 어필하는 게 내 역할이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도 이제 막 커가는 시장이다. 관련 사업이 잘되면 한국에도 더 많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글코리아 사장으로서 한국 상황을 최대한 잘 설명하려고 노력하겠다. 구글코리아를 '헬프풀(helpful·도움이 되는)'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돕겠다.

김 사장은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듀크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구글 입사 전 15년 동안 베인앤드컴퍼니와 왓이프 이노베이션파트너스 등 글로벌 회사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됐냐는 질문에 철렁…"구글코리아 사장 무게 느껴졌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신임 사장이 최근 서울 삼성동 구글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포함해 `뉴스 저작권료`, `크롬 웹쿠키 차단` 등 구글을 둘러싼 각종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본인 이외에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가 됐습니까?"

김경훈 구글코리아 신임 사장은 사장직에 지원한 뒤 면접을 볼 때 구글 고위 임원이 던졌던 질문이 마음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김 사장은 "가족 얘기가 나왔을 때 구글코리아 사장의 무게감이 확 느껴졌다"고 소회했다.

2015년 구글에 입사한 뒤, 6년만에 그가 부임한 구글코리아 사장직은 '라지 커스터머 세일즈' 총괄 담당이 겸직하게 돼 있다. 국내 굴지 대기업들과의 광고 사업을 담당하는 자리다. 구글코리아의 광고 담당 1국장이 곧 사장을 맡는 셈이다. 지난해까지는 중견기업과 스타트업까지의 광고 사업을 맡는 광고 담당 2국장 '구글 커스터머 솔루션' 총괄을 맡았다. 김 사장은 구글 입사 전 15년동안 베인앤드컴퍼니와 왓이프 이노베이션파트너스 등 글로벌 회사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는 15년 이상 경영컨설턴트로 살아오면서 가끔 '컨설턴트의 눈'으로 구글의 사안을 살피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진행 중이던 인앱결제 정책 의무화에 따른 수수료 논란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스스로도 '지금의 수수료가 과도하지 않은가'하고 질문을 많이 던졌다. 컨설턴트로서 사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구글코리아 사장이지만, 바로 이전 팀이었던 '구글 커스터머 솔루션' 파트의 매출도 확인할 수 없다. 각각의 팀이 독립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전 사장이 '잘 모른다'고 밝혔던 부분은 정말로 잘 몰랐기 때문일 수 있다. 구글코리아 내부 편제는 각각의 팀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사안에 따라 기능적으로 한 팀이 되는 형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다양한 팀이 우연히 한국에 앉아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본사와 지사의 개념이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이 캘리포니아의 마운틴뷰에서 첫 캠퍼스를 열었다는 의미에서 그곳이 '본사'로 불리지만, 사실 유튜브의 '헤드쿼터'는 마운틴뷰가 아니라 샌브루노에 있고, 광고는 싱가포르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구글코리아 사장으로서 꼭 해보고 싶은 과제가 있냐고 묻자 "같이 일하는 광고주, 대행사, 파트너들이 더 성장해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미국 틴더그룹이 2조원에 인수한 하이퍼커넥트도 초창기 작은 스타트업 시절에 좁은 회의실에 다닥다닥 앉아 해외진출 방법을 두고 함께 고민했었다"고 소회했다.

구글코리아를 '헬프풀(helpful·도움이 되는)'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돕는 것이 김 사장의 궁극적인 목표다. 김 사장은 "지메일, 구글 검색, 유튜브 등 한국의 소비자가 쓰는 어떤 구글의 도구든지 정말로 소비자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고 싶다. 그런 삶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회사로 구글이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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