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임 중엔 전화도 말라던 선생님이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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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큰 어른 우리 채현국 선생님.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 늘 우리들 곁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님의 발인을 앞두고 삼가 명복을 빕니다. 지난 대선 후 전화로 인사를 드렸더니 대통령 재임 중에는 전화도 하지 말자고 하셨던 것이 마지막 대화가 되고 말았습니다"라며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이 늘 그리울 것입니다"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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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암고 졸업생 "상받았다고 우쭐하지 말라고 하셨던 기억"
“시대의 큰 어른 우리 채현국 선생님.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 늘 우리들 곁에….”
방명록 곳곳에 남은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조문객들은 ‘시대의 어른’, ‘자유롭고 당당한 자유인’ 등으로 그를 기억했다.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장례 이틀째인 4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그를 추모하려는 각계각층의 발길이 이어졌다. 효암고등학교 졸업생인 대학생 강윤희(21)씨는 “삶의 가르침을 주셨던 분이다. 공부를 잘해 상을 받은 학생들에게도 ‘우쭐해하지 말라. 개인 능력 때문이 아니라 친구들이 받게 해준 것’이라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라며 “까칠하면서도,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고 옮음에 대해 실천하신 분으로 느껴졌다. 좋은 학교에 다니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인은 1988년부터 효암고와 개운중학교를 둔 효암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줄곧 무급으로 일해왔다. 평소 고인의 말을 마음 속에 새기고 살았다는 김귀애(65)씨는 빈소를 찾아 “사는 데 욕심내지 않으려 일부러 치아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자연 그대로 살겠다는 말에 참 ‘어른’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당당한’ 고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신학자 김근수씨는 “고인은 자유인이었다. 돈과 명예, 권력에 무릎 꿇지 않고 굽신거리지 않았다. 자유롭고 당당한 영혼이었다”며 “직업이나 학력 등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 하나하나를 평등하게 여겼다. 돈을 쓸 때도 ‘고통받는 사람이 먼저’였다”고 돌아봤다. 대구에서 조문을 온 송필경(66)씨도 “사회의 어르신으로 대접받는 백기완 선생과 채현국 선생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시대의 어른’을 기리는 글들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님의 발인을 앞두고 삼가 명복을 빕니다. 지난 대선 후 전화로 인사를 드렸더니 대통령 재임 중에는 전화도 하지 말자고 하셨던 것이 마지막 대화가 되고 말았습니다”라며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이 늘 그리울 것입니다”라고 추모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선생님은 거인이셨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큰 부자이셨지만, 재산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며 세상에 내놓으셨습니다. 민주화운동을 후원하셨고,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사주셨습니다”라며 “스승이 없는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셨던 채현국 선생님의 삶과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참으로 태산 같은 어른이 돌아가셨다”, “기사로만 접했어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이었다” 등 일반시민들의 추모글도 타임라인을 채웠다.
1935년 태어난 고인은 아버지인 채기엽 선생이 운영하던 흥국탄광을 맡아 운영하며 굴지의 광산업자가 됐다. 한때 소득세 납부 실적이 전국 2위일 정도로 거부였지만, 1972년 10월 유신 이후 박정희 정권의 앞잡이가 돼야 하는 상황이 올까 우려해 이듬해 모든 사업을 접고 재산을 처분해 동업하던 친구들과 광부들에게 나눠줬다. 민주화운동을 하며 도피 생활을 하는 이들을 숨겨주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등 독재에 저항하는 이들의 든든한 ‘뒷배’이기도 했다. 2014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고 한 말은 ‘꼰대’들을 향한 촌철살인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글·사진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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