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국수' 김인 9단 영면하다

성환희 2021. 4. 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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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거목' 김인 9단이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김인 9단은 한국 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9단의 20년 아성을 무너뜨린 첫 세대교체의 주인공이자, 국수전 6연패의 무적 시대를 열었던 '영원한 국수'로 통한다.

1963년 귀국한 김 9단은 23세 때인 1966년 10기 국수전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조남철 9단에게 3-1로 승리하며 한국 현대바둑 사상 첫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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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거목' 김인 9단이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김인 9단은 1966년 10기 국수전에서 우승한 후 1971년 15기까지 6연패를 달성해 '김 국수'라는 별호로 통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 바둑의 거목' 김인 9단이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김인 9단은 한국 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9단의 20년 아성을 무너뜨린 첫 세대교체의 주인공이자, 국수전 6연패의 무적 시대를 열었던 '영원한 국수'로 통한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1943년 전남 강진 바닷가에서 태어난 김 9단은 13세 때 바둑판을 안고 야간열차로 홀로 상경했다. 15세인 1958년 프로에 입단한 그는 1962년 제6기 국수전에서 조남철 9단에게 도전했으나, 1승 1무 3패로 패했다. 그는 곧장 일본 유학길에 올랐고, 조남철 9단의 소개 편지로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9단의 문하생이 됐다. 기타니 도장 사범 시절 그는 조치훈 9단을 지도하기도 했다.

1963년 귀국한 김 9단은 23세 때인 1966년 10기 국수전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조남철 9단에게 3-1로 승리하며 한국 현대바둑 사상 첫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이후 그는 국수 6연패, 왕위 7연패, 패왕 7연패 등 국내 기전을 휩쓸었다. 1973년 최고위전에서 10세 연하 조훈현에게 바통을 넘기기까지 10년 남짓 무적 시대를 구가했다. 1971년엔 한국일보 주최 제2기 명인전에서도 우승해 지금까지 8명밖에 없는 명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63년간 한국기원 전문기사로 활약하며 통산 1,568전 860승 5무 703패의 성적을 남겼다. 1968년 작성한 40연승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은 한국기원 최다 연승 기록이다. 1967년 승률 88.1%(37승 1무 5패)와 68년 승률 87.72%(50승 7패)는 연간 최고승률 3위와 4위 기록으로 남아 있다. 통산 30회 우승과 22회 준우승. 타이틀전 자체가 귀했던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초인적 '독점'의 역사였다. 9단으로는 1983년 승단했다.

한국 바둑 일인자 계보는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졌고, 현재 박정환-신진서 9단이 뒤따르고 있다.

1975년 15기 최고위전 도전 1국의 김인(왼쪽)과 조훈현. 한국기원 제공

그는 돌을 빨리 거두기로도 유명했다. 전성기 시절 내용이 맘에 안 들면 유리해도 패국을 선언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김 9단은 승부사라기보다 예인(藝人) 또는 구도자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기품 있는 대국 태도와 중후한 기풍을 지닌 고인은 상금과 대국료로 형편이 좋지 않은 동료들에게 밥과 술을 많이 산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둑이 지닌 도(道)의 가치를 고수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 김 9구단은 속기 위주로 진행하는 방송사 주최 바둑이 바둑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TV 바둑에 고집스럽게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위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했고, 간암으로 전이돼 최근 급속히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부터 한국기원 이사를 지낸 그는 투병 중에도 바둑계를 지켰다. 고향 강진에서는 2007년부터 '김인 국수배'가 열렸다.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로 출범한 김인 국수배는 2008년 국제시니어바둑대회로 거듭났다.

빈소는 연세대 신촌장례식장 특2호실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한국기원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6일 오전 9시 1층 영결식장에서 열린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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