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이 대세? 우린 달구지·거북이 타고 간다
[경향신문]
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속도’가 화두인 유통업계의 총알배송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조금 늦더라도 품질을 우선하거나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추는 배송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식탁이있는삶’의 온라인몰 퍼밀은 올해 1~2월 ‘달구지 배송’으로 공급하는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5% 늘었다고 4일 밝혔다. 달구지 배송은 소비자가 채소나 과일 등을 주문하면 상품의 당도나 크기가 일정 기준에 도달했을 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수시로 식품 상태를 살피면서 출고 시점을 정한다. 수확이 늦어지면 미리 고지하기 때문에 배송 지연에 대한 구매자들의 불만은 크게 없다. 4월 초 현재는 봄이 제철인 부산 대저 지역의 일명 ‘짭짤이 토마토’를 판매 중이고, 이달 중순부터는 초당 옥수수를 예약받는다. 안병주 식탁이있는삶 본부장은 “달구지 배송 이용객들은 저마다 특별한 날에 맞춰 고품질 식재료를 찾는 편”이라며 “신선식품을 빨리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엔 품질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맞춤형 배송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요가 급증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하거나, 스마트오더로 주문해 근처 매장에서 갖고 가는 서비스가 정착 중이다. CJ오쇼핑은 상품 수량이 많아 구매를 망설이는 일이 없게끔 주문 상품을 주소 2~3곳으로 나눠서 보내주는 ‘나눔 배송’도 운영하고 있다.
사전에 주문받은 뒤 상품 제작에 들어가는 ‘펀딩 배송’이나 구독경제의 한 축인 ‘정기 배송’도 인기다. 디자이너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하고(HAGO)’는 완성 모델을 공개한 뒤 주문을 받아 제작에 착수한다. 확보된 수량만 제작하므로 재고 부담이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보장되고 가격 또한 비펀딩 상품보다 저렴하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층의 반응이 특히 좋아 ‘하고’의 지난해 펀딩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50% 넘게 성장했다.
국내 e커머스 시장 1위 네이버쇼핑은 CJ대한통운·신세계그룹과 협업해 빠른 배송을 추구하면서 ‘정기구독’ 플랫폼까지 구축해 전국을 로켓배송권에 두려는 쿠팡에 맞설 방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구독·렌탈 서비스를 선보인 카카오는 신선식품과 화장품으로 정기배송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고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정기구독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기업은 고정 고객 확보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느림’을 표방한 배송서비스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최근 등장한 ‘거북이 배송’이다.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물품을 갖다주는 지하철 택배 서비스로, ‘느리지만 성실하게 배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동작구의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지하철 무료 승차가 가능한 어르신 40명이 ‘동작 거북이’ 택배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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