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친 집값'에 우는 밀레니얼 세대
1991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
첫 주택 구입 30~40대 타격
소득 30% 이상을 주거비에
[경향신문]
미국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30~40대에 접어든 밀레니얼 세대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급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좋은 집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주거비가 전체 생활비의 30%를 차지하는 것은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현지시간) 미국 주택시장의 가격 급등 소식을 전하며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보다 ‘미쳤다’ ”라고 표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0년은 최근 14년 동안 주택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해”라며 “한정된 물량과 저금리, 입찰경쟁이 주택 가격을 치솟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주택금융청은 지난 1월 “전국 단독주택 가격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 상승했는데, 1991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사상 최저치에 근접해 있고 밀레니얼 세대가 첫 주택 구입을 위해 시장에 진입했으며, 팬데믹으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좋고 넓은 집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 한 해 일자리를 유지한 많은 이들이 학자금 대출금 상환이 유예되고 여행이나 기타 외부 활동에 쓰는 돈을 절약하면서 여유자금이 생긴 것도 이유로 꼽았다.
주택 가격이 오른 만큼 부담도 커졌다. 미국 CNBC 방송은 “40대에 접어든 올드 밀레니얼 세대가 큰 폭풍을 맞았다”고 전했다. CNBC가 여론조사기관 ‘더 해리스 폴’과 함께 33~40세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2월12~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주거비가 가장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CNBC는 “조사 결과 세입자나 주택 소유자 모두 평균 매달 1200달러(약 135만원)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에 쓰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국책 모기지 금융기관인 ‘프레디 맥’은 “임대료나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한 달 지출의 가장 큰 비용인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차지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미부동산협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로렌스 윤은 팬데믹이 또 다른 변화의 흐름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팬데믹 장기화로) 1주일에 5일씩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면 더 저렴한 집을 찾아 도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밀레니얼 세대가 재택근무의 유연성을 통해 더 넓은 지리적 선택을 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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