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병에 소변? 믿냐"던 아마존..결국 인정하고 사과

김윤나영 기자 2021. 4. 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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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 지적에 조롱 트윗
"운전자들 생각 못해..자책골"
노조 설립 찬반 집계 앞두고
논란 파장 최소화, 수습 나서

[경향신문]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배달노동자들이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일한다’는 미국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조롱으로 응수했다가 결국 사과했다.

아마존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운전자들이 교통체증으로 화장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특히 많은 공중화장실이 폐쇄된 코로나19 기간 동안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수의 운전자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물류센터에 그런 일이 없다고 치부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는 자책골이었다.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마크 포칸 의원에게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마크 포칸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난달 25일 트위터에 “노조를 파괴하고 노동자들이 병에 소변을 보게 한다면 시간당 15달러를 지불한다고 해서 ‘진보적인 직장’이 되지는 않는다”고 아마존을 비판했다. 이에 아마존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플라스틱 병에 소변을 본다는 것을 정말 믿는 건 아니겠죠? 그렇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아무도 우리 회사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미국 매체 디 인터셉터는 이튿날 “아마존 운전자들은 병에 소변을 볼 뿐 아니라 심지어 가방에 배변도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운전 노동자들의 노상 방뇨, 노상 배변 문제를 논의한 아마존 내부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가디언도 지난해 11월 화장실에 가려던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가 관리자로부터 “병에 소변을 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결국 아마존은 “업계 전반의 오래된 이슈”라며 운전자들이 병에 소변을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물류센터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물류센터에 화장실이 수십 개 있고 직원들은 언제든 작업장을 떠날 수 있다”면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아마존은 앨라배마주 물류센터 노동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노조 설립 찬반투표 집계 공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의 파장이 다른 직군 노동자들에게까지 미치지 않도록 사태를 수습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아마존 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3분기 아마존의 순이익은 63억달러를 기록하며 200% 급증했지만, 노동자들은 시급 15달러를 받으면서 많게는 하루 10시간씩 일해왔다. 지난해 9월까지 아마존 노동자 2만여명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1위 자산가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재산은 지난 1년간 57% 늘어나 1780억달러(약 201조원)가 됐다.

아마존은 ‘무노조 경영’ 전략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앨라배마주 물류센터의 노조 설립 투표에 맞서 노조 파괴 컨설팅으로 유명한 로펌인 모건 루이스와 계약하고 반대 여론전에 나섰다. 미 언론들은 앨라배마주에서 노조 설립이 성공하면 다른 주의 연쇄 노조 설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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