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외교장관 회담 다른 발표문 속내는?[차이나리포트]

정지우 2021. 4. 4.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 방한 - 한한령 해제 기대하는 한국
백신협력 - 중국산 백신외교 확대하려는 중국
한국(왼쪽)과 중국 외교장관과 관계자들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회담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한국과 중국 양국이 지난 3일 양자 외교장관 회담 뒤 모두 성과를 발표했지만, 내용은 다소 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중국은 백신 협력을 각각 강조했다. 양국이 각자 성과를 홍보하고 싶은 부분은 부각하면서도 논란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구태여 알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한령 해제 기대하는 한국
4일 중국 외교부가 전날 밤 홈페이지에 게시한 발표문을 보면 우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내용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 보도자료와 특파원 티타임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두 차례 거론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의 방한은 가급적 조기에, 코로나 19상황 안정되는대로 일정이라든가 구체적 계획을 협의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고, 외교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과 모든 채널에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한다”면서도 시 주석과 관련한 내용은 발표문에 담지 않았고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발언도 없었다.

이는 시 주석의 방한에 두는 무게가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경우 시 주석 방한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시작된 한한령(한류제한령)을 해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주석 방한은 코로나19 안정화를 전제로 하므로 성사되는 것 자체가 양국 기업, 국민들에게 이제 무역·교역 혹은 상호방문을 허락하는 시그널도 될 수 있다.

정 장관은 회담에서 문화콘텐츠 분야 등 여러 제한을 가급적 조기에 해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실상 한한령 해제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 입장을 확실히 개진했으니, 중국도 답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이미 “시 주석이 해외 방문에 나설 경우 첫 국가는 한국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새로운 것이 없다. 코로나19 안정화도 수시로 언급했던 부분이다. 시 주석은 이미 2~3월 두 달 동안 타국 정상과 20여 차례가 넘는 전화통화를 가지며 우호국 확보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중국산 백신. 바이두뉴스 캡쳐

■중국산 백신외교 확대하려는 중국
오히려 중국은 한국 양국이 백신여권과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 발표문에는 없는 부분이다.

중국 외교부는 발표문에서 “양국은 건강코드 상호 인증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고 백신 협력을 전개하며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중국의 해외 동포 백신 접종 계획인 춘먀오 행동을 지지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 국면에서 백신외교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저소득국가에 중국산 백신을 무료 지원하고 개발도상국에는 싼 값에 공급하고 있다. 신냉전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를 늘이는데 백신을 전략으로 쓴다고 주요 외신은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선진국들은 아직까지 중국산 백신을 공급받지 않고 있다. 중국산 백신의 효능과 데이터 부족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은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됐다면 서도 자료가 부족하다며 긴급사용 승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산 백신을 수입하거나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중국인들과 백신여권을 상호 허용하면 중국산 백신 효능을 직·간접적으로 인정받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 모범 국가로 꼽혀왔다.

‘한국의 춘먀오 행동 지지’도 비슷하다. 한국에 중국산 백신 접종 센터를 설치한 후 신속통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성사될 경우 다른 국가들을 중국산 백신에 주목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중국 백신에 대한 거부 여론이 큰 것이 부담이다. 정부 입장에선 오는 7일 재보선과 내년 대선도 의식해야 한다. 중국산 백신협력을 널리 알렸다가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정부가 중국산 백신 공급을 발표한 이후 여론의 혹독한 질타를 받은 사례도 있다.

중국은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력과 함께 핵산검사와 혈청검사 결과 등이 담긴 중국판 백신여권인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출시하고 국가 간 상호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일 백신여권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번 달에 관련 앱을 공식 개통한다고 밝힌 상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