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 부임 후 첫 대패' 첼시, 후방 빌드업부터 무너지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4. 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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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시, 웨스트 브롬전 2-5 대패
▲ 조르지뉴의 연이은 패스 실수로 티아구 실바 경고 누적 퇴장
▲ 첫 2실점도 패스 실수에서 허용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토마스 투헬 감독 부임 이후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상승세를 타던 첼시가 웨스트 브롬전에서 후방 빌드업이 흔들리는 문제를 노출하며 2-5 대패를 당했다.

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 홈에서 열린 2020/21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30라운드에서 강등권팀인 웨스트 브롬에게 2-5 대역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와 함께 첼시는 투헬 감독 부임 이후 PL 10경기 무패(6승 4무)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더 놀라운 점은 첼시가 이 경기 이전까지 투헬 감독 부임 후 PL 10경기에서 단 2실점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공식 대회를 모두 합치더라도 14경기 2실점이었다. 이 중 1실점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의 자책골이었다. 즉 필드골 실점은 단 1골이 전부였던 것이다. 특히 스탬포드 브릿지 홈에선 단 1실점도 내주지 않은 첼시였다. 하지만 웨스트 브롬에게만 무려 5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5실점은 첼시가 이번 시즌 허용한 한 경기 최다 실점에 해당한다.


사실 첼시가 투헬 부임 후 실점이 적었던 데에는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 덕이 컸다. 첼시는 투헬 감독 부임 이후 PL 10경기에서 무려 68.5%라는 경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고, 패스 성공률도 88.5%에 달했다. 슈팅 허용 횟수는 단 6회가 전부였다. 경기의 지배력을 높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거의 내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웨스트 브롬전은 달랐다. 첼시는 A매치 기간에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기존 주전 선수들 중 메이슨 마운트와 카이 하베르츠,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안토니오 뤼디거는 벤치에서 대기했고, 은골로 캉테는 부상으로 빠졌다. 이들을 대신해 크리스티안 풀리식과 하킴 지예흐, 커트 주마,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티아구 실바가 선발로 나섰다.


이는 악재로 다가왔다. 특히 수비 진영에서의 후방 빌드업에서 상당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2달 만에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실바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주마는 고질적인 패스 문제를 드러냈다. 후방 빌드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조르지뉴가 웨스트 브롬의 강도 높은 압박에 허둥대면서 대형 실수를 연신 저지르는 우를 범했다.

첼시는 경기 시작하고 4분 만에 조르지뉴의 패스 실수로 위기를 맞이했다. 이를 실바가 무리해서 파울로 저지하면서 시작과 동시에 옐로 카드를 한 장 적립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그래도 첼시는 한 수 위의 전력을 바탕으로 웨스트 브롬을 공략했고, 27분경에 왼쪽 윙백 마르코스 알론소의 프리킥이 골대 맞고 나온 걸 풀리식이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먼저 리드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선제골의 기쁨도 잠시, 첼시는 곧바로 1분 뒤(28분)에 실바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주마의 패스가 부정확하게 나간 걸 미드필더 마테오 코바치치가 상대 압박 속에서 걷어내듯이 볼을 처리했고, 이를 받은 조르지뉴가 패스 실수를 범하며 웨스트 브롬 에이스 마테우스 페레이라에게 가로채기를 당한 것. 페레이라의 패스를 받은 오케이 요쿠슬루가 슈팅을 하는 과정에서 실바의 태클이 뒤늦게 깊게 들어오면서 걸려 넘어졌고, 이에 심판은 실바에게 두 번째 옐로 카드를 꺼내들면서 경고 누적 퇴장을 선언했다. 실바가 리그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건 파리 생제르맹 소속이었던 2013년 5월, 발랑시엥전에서 퇴장을 당한 이후 무려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른 시간에 실바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부딪히자 투헬 감독은 33분경, 지예흐를 빼고 크리스텐센을 교체 출전시켰다. 이에 첼시 원정에서 수비수 5명을 투입하면서 수비적인 5-4-1 포메이션을 가동했던 웨스트 브롬은 37분경에 베테랑 수비수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가 부상을 당하자 공격형 미드필더 칼럼 로빈슨을 투입하며 4-4-2로 전환했다. 수적 우위를 살려 첼시를 공격적으로 밀어부치겠다는 포석이었다.

이후 흐름은 급격히 웨스트 브롬 쪽으로 넘어갔다. 결국 웨스트 브롬은 전반전 추가 시간에만 2골을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먼저 추가 시간 1분(45+1분)경, 웨스트 브롬의 롱스로인은 조르지뉴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터치한 걸 코바치치가 길게 넘기자 웨스트 브롬 왼쪽 측면 수비수 코너 타운센드가 백패스를 내주었고, 샘 존스톤 골키퍼가 롱패스를 넘겨준 걸 주마와 크리스텐센 사이를 파고든 페레이라가 골키퍼 키 넘기는 센스 있는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추가 시간 3분경 웨스트 브롬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맷 필립스가 요쿠슬루의 패스를 받아서 알론소를 제치고 슈팅을 가져간 게 골대를 강타했다.

마지막으로 추가 시간 4분경, 첼시 오른쪽 윙백 리스 제임스의 백패스가 다소 높게 넘어가면서 조르지뉴가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게 빗맞으면서 뒤로 흘렀고, 웨스트 브롬 공격수 음바에 디아뉴가 키핑에 이은 패스를 제임스가 터치한 걸 페레이라가 방향을 살려 돌아서는 움직임으로 첼시 수비들을 따돌리고 왼발 슈팅으로 천금같은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다급해진 첼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풀리식을 빼고 이번 시즌 실질적인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마운트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와 함께 첼시는 공격 흐름을 잡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첼시는 후반 8분경, 존스톤 골키퍼의 펀칭 실수로 얻어낸 득점 기회에서 알론소의 슈팅이 웨스트 브롬 수비수 세미 아야이 다리 맞고 굴절되어 골대 맞고 나가는 불운이 따르면서 동점골을 넣는 데에 실패했다.

실점 위기에서 벗어난 웨스트 브롬은 후반 17분과 22분에 연달아 역습으로 골을 추가하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먼저 페레이라의 스루 패스를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넬 펄롱이 크로스를 연결한 걸 로빈슨이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이어서 로빈슨의 전진 패스를 받은 타운센드가 힐패스로 내주었고, 페레이라가 이타적으로 횡패스를 연결한 걸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디아뉴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1-4로 패색이 짙었던 첼시는 후반 25분경, 조르지뉴의 롱패스에 이은 알론소의 크로스를 베르너가 잡아선 이타적으로 내준 걸 마운트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뒤늦은 추격에 나섰다. 첼시는 곧바로 5분 뒤에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공격수 티모 베르너의 백헤딩에 이은 주마의 골문 앞 논스톱 슈팅이 골대를 크게 넘어가면서 더이상의 골을 넣는 데엔 실패했다. 결국 웨스트 브롬이 경기 종료 직전 페레이라의 스루 패스를 받은 로빈슨이 골키퍼 키 넘기는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며 5-2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실바의 퇴장은 분명 그의 잘못도 있었으나 조르지뉴와 주마의 패스 실수가 상당 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한 건 패스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투헬 감독 부임 후 최대 장기였던 후방 빌드업이 무너지자 근간이 흔들렸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특히 조르지뉴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안 그래도 조르지뉴는 이전부터도 상대가 집중 견제에 나서면 압박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드러내던 선수이다. 그나마 투헬 부임 후 중앙 수비수를 3명 배치하는 스리백 전술로 전환하면서 수비 및 패스 부담이 줄어들자 경기력도 올라왔으나 이번 웨스트 브롬전처럼 수비에서부터 패스 실수가 잦아지면 그의 약점도 민낯을 드러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에 영국 타블로이드 '더 선'은 "조르지뉴가 마침내 왜 투헬이 그를 믿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하면서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래저래 투헬에게 깊은 고민을 안긴 일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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