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3년 전엔 참사 피했는데"..운명 바뀐 타이완 기관사
4월 3일부터 타이완 전역에는 조기가 게양됐습니다. 하루 전 발생한 타이완 최악의 열차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사고는 2일 오전 9시 28분 타이완 북부 신베이시에서 타이둥으로 향하던 '타이루거 408호' 열차가 타이완 동부 도시 화롄의 한 터널 안에서 선로를 이탈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열차에는 승객 492명과 승무원 4명이 타고 있었는데, 4일까지 사상자는 사망 51명, 부상 188명으로 파악됐습니다. 타이완은 섬 전체가 슬픔에 빠졌습니다. 타이완 매체들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참사 피했던 기관사, 연휴 근무 조정으로 참변
하지만 이번에는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위안 씨는 2019년부터 기관사가 됐습니다. 당초 '타이루거 408호' 당번이 아니었지만 청명절 연휴를 맞아 근무가 조정되면서 사고 열차를 몰게 됐습니다. 9시 39분 화롄에서 다른 기관사와 교대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교대 11분을 남기고 참변을 당했습니다. 위안 씨는 결혼한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신혼이었습니다. 누나가 세 명 있었고 형제는 없었습니다. 외아들을 잃은 위안 씨 어머니는 "아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생사 가른 15분…4세 아이도 숨져
사망자 중에는 4세 아이도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 가족은 할아버지 집에 가기 위해 열차를 탔다가 남편, 아들 2명을 잃고 부인만 살아남았습니다. 한 부인은 사고 당시 남편이 자신을 감싸 안아 본인만 살아남았다고 말했습니다. 사망자 51명 중 4명은 아직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타이완 연합신문망 등은 '타이루거 408호'가 입석 승객을 태운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습니다. '타이루거 408호'의 정원은 350명인데, 청명절 연휴를 맞아 140명이 넘는 입석 승객을 태운 것입니다. 열차의 무게가 더해져 급정거에 따른 충격이 더 컸고, 입석 승객이 열차 밖으로 튕겨나가기도 했다는 설명입니다. 사고 당시 열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130km였습니다. 또, 사고가 난 다칭수이 터널 바로 직전에 다른 터널이 있어, 터널을 빠져나온 열차가 선로에 떨어진 공사 차량을 발견하고 대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 안 채웠나? 고장 났나?
공사 현장 책임자는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입니다. 이 책임자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웠고 심지어 바퀴 밑에 돌까지 괴어 놓았다고 했습니다. 타이완 검찰은 공사 차량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았거나 브레이크가 고장 났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타이완 매체들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고로 유족은 물론 타이완 시민들이 겪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시간이 지나는 것만으로는 치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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