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권고, 알아서.." No 플랜에 속타는 기업인들 '미얀마 엑소더스'

김경민 2021. 4.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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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미얀마 전지역 철수권고
항공편 주3회 운항
민관 가이드라인 없어 기업들 혼란 가중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시위대가 지난달 31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의 강경 진압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미얀마 유혈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과 교민들의 탈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가 미얀마 전지역에 여행경보를 상향하고, 항공기 증편을 비롯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민관 어느 쪽도 컨티전시플랜(비상계획)이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 정부가 며칠째 '귀국 권고'만 되풀이하면서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현지 기업들의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 죽겠다 "빨리 한국으로"
4일 재계 및 외교당국에 따르면 미얀마 양곤의 신한은행 직원이 지난달 말(현지시간) 군경의 총격으로 숨지면서 현지 기업인과 교민들의 귀국 러시가 줄을 잇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기업 230여개 정도로 파악된다. 삼성, LG, 롯데, 포스코, 한화, 한진, CJ, LS, 효성, 대한항공 등의 대기업이 진출했고 신한, 하나, 기업, 국민 등 금융기업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토지주택공사(LH), 산업인력공단 같은 다수의 공기업들도 현지에서 사업장을 꾸렸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동남아 시장은 위험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값싼 노동력과 신시장의 매력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며 "몇년간 이익은 달았지만 결국 터질 게 터졌다. 특히 베트남에 이어 신시장으로 봤던 미얀마에서 최악의 경우를 맞닥뜨리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재원 수가 약 70명으로 가장 많다. 회사는 현재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만일의 경우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

대체로 대기업들은 현지 채용을 중심으로 소규모 주재원을 보내 법인을 관리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에 공장은 없으며 각각 판매점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주재원들은 모두 귀국했고, 10~20명의 현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명의 직원이 파견된 LS는 분쟁지역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효성도 주재원 1명이 근무하는 영업사무소 1곳만 보유 중이다.

■설마하다가…No 플랜 '아비규환'
이번 미얀마 사태처럼 정세가 불안한 동남아 지역은 정치·군사적 리스크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비상시 우리 쪽의 가이드라인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또는 민간협회가 최소한의 대응책도 마련해 놓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리스크를 떠안았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기댈 데 없는 중소기업에 훨씬 큰 공포로 전달됐다. 미얀마에 진출한 230여개 기업 중 중소기업 수는 200여개로, 대부분 피해가 중기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무역 관련 중기의 한 관계자는 "소속된 협회에 이번 사태에 대한 행동지침이나 요령 등을 문의했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했다"며 "협회는 귀국을 권고하지만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만 계속했다. 무턱대고 귀국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뒤늦게 정부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최종문 2차관이 중대본 차장을, 이헌 재외동포영사실장이 중대본 총괄조정관을 맡았다.

외교부는 또 미얀마 전지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인 '철수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의 여행경보는 남색경보(여행유의)-황색경보(여행자제)-적색경보(철수권고)-흑색경보(여행금지) 등 4단계로 운영된다.

기업인과 교민을 실어나를 임시항공편도 추가된다. 외교부는 "주 1~2회 운항하는 임시항공편을 4월부터 필요시 주 3회까지 운항할 수 있도록 증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얀마 정세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면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편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금은 치솟고 있다. 미얀마국제항공(MAI) 임시항공편 이코노미석 요금은 기존보다 10만원 이상 오른 95만원선까지 형성됐다. 이에따라 정부는 전세기·군 수송기 운항 등도 검토 중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김나경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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