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프로세스' 한 목소리에도.. 韓·中 '동상이몽'
왕이 "'백신 여권' 등 협력 강조".. 韓서 언급 안 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일 오후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둔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중점을 두고 논의했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해 11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이후 4개월여 만이었지만 이들 장관은 이날 오전 팔꿈치 인사에 이어 직접 손을 내밀어 악수까지 하면서 친밀함을 과시했다.
정 장관은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책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우리의 이런 노력을 지지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우리 정부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된 관리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한중외교장관 회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중간 각종 대화를 가동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정의용 장관은 게임, 영화, 방송 등 문화콘텐츠 분야의 협력 활성화를 위해 중국이 협조해달라며 한한령 해제를 요청했고, 왕 부장은 한국의 관심사를 잘 알고 있다면서 지속해서 소통하자고 응대했다. 이들 장관은 한중 경제협력 공동 계획을 가능한 한 조속히 채택하기로 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발효에 노력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도 가속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기후 변화, 미세 먼지 등 환경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중국 측은 P4G(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 개최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에게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라서 미중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중요하다”면서 “미중 양국이 갈등 요인을 줄이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늘리도록 노력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도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측 발표문에는 우리 정부의 발표문에 없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3일 밤 발표문을 통해 양국 외교장관의 발언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한 뒤 “한중 양국은 공동으로 관심을 가지는 국제 문제와 지역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한중이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게 매우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신 여권은 양측이 접종하고 있는 백신을 서로 인정해야만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한국은 중국에서 개발한 백신을 국내에서 승인해야하는 문제를 안게 된다. 중국은 현재 자국 백신만 대상으로 백신 여권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에서 접종하고 있는 아스트로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자국에서 승인할 경우도 백신 여권이 가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중국 측이 발표한 코로나19 백신이나 백신여권에 대한 협력은 우리 정부 발표 자료는 물론 정 장관 기자간담회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외교부는 다만 발표문에서 “양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속통로 확대 등을 통해 인적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한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다양한 관련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한한령 등으로 인한 중국에 대한 한국 국민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백신 여권 추진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아직 효능과 안전성 등을 승인 받지 못한 중국 백신 도입을 고려하는데 대한 정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밖에 한국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고 중국의 해외 동포 백신 접종 계획인 ‘춘먀오(春苗)’ 행동을 지지했다는 발표도 우리 정부 발표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역시도 한국에 있는 중국 국적자만 대상이지만, 중국 백신을 국내에 들여와야해 한국 정부가 백신 여권 추진과 비슷한 부담을 안게 된다.
또 중국 외교부는 “한국이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제의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은 CPTPP 회원국이 아니며, 중국 정부는 최근 CP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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