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시스템 반도체 산업,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가

강해령 2021. 4. 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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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규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회장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면서 신체의 각종 감각기관(센서)을 통해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감촉과 맛을 느끼면서 자란다.

오감을 통해 들어온 정보들은 온전히 기억 장소(메모리)에 저장돼 차곡차곡 쌓이고, 시간의 변수가 더해지면서 빅데이터로 존재하게 되며, 연산·학습·추론 반복 과정(시스템 반도체)으로 지능화되고, 성장을 거듭하면서 어른이 된다.

반도체 역사는 1947년 미국 벨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 연구진의 트랜지스터로부터 탄생하게 됐다. 이후 1958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잭 킬비와 페어차일드의 로버트 노이스가 실리콘 기판 위에 트랜지스터와 저항, 다이오드, 커패시터 등을 배치해서 연결하는 집적회로(IC)가 개발돼 오늘날 반도체로 거듭나게 됐다.

이것은 자연 현상에 대한 인류의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려는 끈질긴 도전 및 열정이 낳은 결과다.

이렇게 탄생한 반도체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인간의 기억 장소 역할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또 하나는 연산, 추론 등 정보 처리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PC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차량용 반도체(ECU), 전력용 반도체, 이미지센서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이 시스템 반도체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 및 회로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의 두뇌 구조 및 추론 방법을 모사한 뉴로모픽 반도체와 AI 가속기 등장으로 AI 알고리즘 구현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형태로 진화 중이다. 결국 인간은 반도체로 뇌와 같이 연산 학습 추론 기능을 구현하고자 할 것이며, 지금도 진행형이다.

향후 각 분야의 도메인날리지(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와 AI가 결합해 무궁무진한 시스템 반도체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인류가 수많은 경험으로 축적한 각 분야의 전문 지식들이 빅데이터 및 AI 시스템 반도체와 결합, 인간 생활을 더 유익하고 편리한 세상으로 이끄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변혁기에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많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맞게 될 것이며, 다른 산업과 큰 협업 기회도 제공될 것이다. 이 기회를 잡으려면 남다른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 부흥은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기회를 맞아도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다면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 건강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업계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이 '사람'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인력 확보를 위해 전쟁이 벌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반도체 설계 인력 육성은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한국형 AI 시스템 반도체 설계 교육 센터를 조기에 건립해 단기적으로 부족한 인력을 심화 교육과정을 통해 확보하고 국내외 유수 교수진을 확보, AI 반도체 설계 심화교육도 할 수 있는 기관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업체가 해외 우수 전문 인력을 유치할 수 있도록 각종 정부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에서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 학과 정원은 각 대학이 실정에 맞게 자율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특례법을 적용해서라도 유능한 인재들이 중소·중견 시스템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는 사회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유능한 인재들이 중소·중견기업에 포진하고 있어야 그 기술력으로 완성품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 사양에 맞는 시스템 반도체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완성품 업체들과 협업해 그 업체가 요구하는 사양에 맞는 제품을 적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적극적인 개발 지원책으로 수요-공급처가 윈윈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업체 간 인수합병이 용이하게 되도록 파격적인 세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외부 투자도 활성화되고, 건강한 투자 회수와 선순환 금융 재투자도 활성화 될 수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지고 있고 새로운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는 현실에서 외부 기술이 필요하다면 기업 인수합병 등 파이를 크게 키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지름길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면 양질의 일자리도 확대될 것이고, 건전한 선순환 투자 생태계도 활성화될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발전이 다가올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을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성장의 동력원이 될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서규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회장 / 픽셀플러스 대표 lsk@pixel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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