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업권도 '소수 고객 거액대출' 상한선 둔다

신다은 2021. 4. 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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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신협법 개정안 입법예고
게티이미지뱅크

상호금융업권이 취급할 수 있는 거액 여신이 자기자본의 최대 5배까지로 제한된다. 또 이제까지 적용되지 않았던 유동성 비율 100% 유지 조건도 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업권에 건전성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담은 ‘신용협동조합법’과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5일 입법 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상호금융은 조합원들끼리 협동조합을 세워 돈을 맡기고 빌려주는 제한적 금융이다. 신용협동조합(신협)이나 농업협동조합(농협), 수산업협동조합(수협) 등이 해당된다. 금융위는 신협 뿐만 아니라 다른 협동조합도 동일하게 규제를 적용 받도록 정한 신협법 특례조항을 근거로 상호금융업권 전체를 규율하고 있다.

우선 특정 고객이 각 조합 자기자본의 10% 혹은 총자산의 0.5%를 초과해 받는 대출(거액 여신)의 총량을 조합별로 자기자본의 최대 5배(규모가 작은 조합은 총자산의 25%) 이내로 제한한다. 이전에는 은행과 저축은행만 적용 받던 규제를 상호금융으로도 확장한 것이다. 상호금융업이 서민금융을 활성화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소수 고객이 거액의 대출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를 들어 은행의 거액 여신이 총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 저축은행은 1.8%인 반면 상호금융은 8.7%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돈을 빌린 소수 고객의 부실로 상호금융 조합이 동반 부실에 빠질 염려가 있다. 금융위는 다만 각 조합이 거액 여신을 조정하는 기간을 감안해 3년 동안은 적용을 유예할 방침이다.

또 저축은행엔 적용됐지만 상호금융업권은 제외됐던 유동성비율 규제도 새로 도입해 잔존 만기 3개월 내 유동성부채(예적금·차입금 등) 대비 유동성자산(현금·예치금 등)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정한다. 이제까지 상호금융업권은 경영건전성 지표에 유동성 비율이 없어 다수 조합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 조합원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상호금융업권 대출이 부동산 자금으로 지나치게 많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상호금융업권 여신 한도에 업종별 규제를 도입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6년 6.7%에 불과했던 부동산‧건설업의 총여신 비중은 2018년 15.2%, 2020년 19.7%로 올랐다. 금융위는 상호금융업권의 개인사업자 및 법인 대상 대출 가운데 부동산과 건설업의 비중을 각각 총 대출의 30% 이하, 두 업계의 합계액은 총 대출의 50% 이하로 제한할 계획이다.

상호금융업권 가운데 신협의 상환준비금은 신협중앙회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비율을 현행 50%에서 80%로 높인다. 현재 신협조합이 고객의 상환요청에 대비해 준비하는 자금은 예·적금 잔액의 10%이며 이 가운데 신협중앙회에 의무로 예치해야 하는 비율은 50%다. 즉 1000원을 고객에게서 받았다면 이 돈의 10%인 100원을 준비금으로 보관해 두어야 하고 이 가운데 50%인 50원을 신협중앙회에 보관하는 식이다. 상환준비금을 100% 예치해야 하는 농·수산·산림조합과 견줘 의무 예치 비율이 낮다. 금융위는 “신협조합에 유동성 부족 문제가 발생하면 신협중앙회의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의무 예치 비율을 우선 80%로 높인 뒤 상황을 보아 100%까지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조치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상호금융을 통한 편법 대출을 규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이미 농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상호금융업권이 저축은행 등 다른 제2금융업권과 견줘 규제 차익이 크다고 봐 이런 내용의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금융위는 상호금융을 이용한 편법 대출에 대해선 별도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경기도 과천시에 땅을 산 엘에이치 직원 상당수는 시중은행보다 농지 대출이 쉬운 상호금융의 특성을 이용해 북시흥농협에서 1인당 최대 22억원에 달하는 토지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5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법제처 심의를 받는 등 입법 절차를 거쳐 ‘신용협동조합법’을 국회에 제출하고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을 개정 시행할 예정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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