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 다이슨 등장에 치솟은 몸값.. 프리미엄 청소기 시대 개막

다이슨의 등장 이후 무선청소기는 대형가전에 버금가는 가격대로 변화했다. <다이슨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최근 10여년간 가정 내에서 청소기만큼이나 극적인 변화를 겪은 도구가 있을까. 2000년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쓰는 청소기라고 하면 머리카락이나 먼지 등을 가볍게 청소해 주는 무선 청소기와 흡입력은 좋지만 무겁고 시끄러운 데다 걸리적거리는 선까지 달려 있어 주말 대청소 때나 쓰곤 하는 유선 청소기, 이 두 종류를 말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일부 가정에서 사용하던 물걸레 청소기가 '보조 아이템'으로 쓰이는 정도였다.

무선 청소기와 유선 청소기는 이름은 똑같은 '진공 청소기'였지만 그 용도는 완전히 달랐다. 무선 청소기는 낮은 흡입력 때문에 간단한 청소만 가능했다. 유선 청소기는 청소를 위해 꺼내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일이었다.

가격 역시 저렴한 무선 청소기는 2~3만원대부터, 큰 유선 청소기라 해도 10만원대에서 '괜찮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가전이라고 하지만 냉장고나 에어컨, 세탁기 같은 대형가전이 아닌 전자레인지나 가습기 같은 소형 가전에 묶이는 것이 합당했다. 하지만 '유선 청소기 같은 무선 청소기'를 표방한 다이슨의 등장 이후 청소기의 지위는 급상승했다. 다이슨 청소기는 무선 청소기임에도 유선 청소기에 버금가는 흡입력을 자랑했고 모터와 투명한 먼지통을 일체화한 '건 타입' 디자인은 '가전제품은 못생겼다'는 편견을 깼다. 이와 함께 가격 역시 웬만한 대형 TV나 세탁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프리미엄 청소기' 시대의 개막이었다.

다이슨이 국내에 상륙한 후 국내 고급 청소기 시장은 다이슨으로 평정됐다. 2016년과 2017년 다이슨의 무선 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했다.

다이슨이 국내 청소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국내 업체들도 움직였다. 삼성전자가 '파워건'과 '제트'를, LG전자가 '코드제로' 시리즈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가격대 역시 다이슨의 고가 정책을 뒤따르며 구성에 따라 출시가격이 100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무선 청소기 시장에 진입한 후로는 시장 점유율이 뒤집히고 있다. 삼성전자 '파워건'과의 1차 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LG전자 '코드제로'가 50% 가까운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제트'로 브랜드를 교체한 삼성전자가 뒤따르고 있는 추세다.

올해엔 LG전자가 올인원타워를 선보이며 또 한 번 '퀀텀 점프'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선보인 청정스테이션을 업그레이드한 신제품을 이달 출시한다. 이와 함께 100만원에 육박하던 청소기 가격 역시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이슨은 청소기도 세탁기나 냉장고에 버금가는 고가 가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 만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고가 청소기'가 연이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