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한국정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용인 기자 2021. 4. 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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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와 평화 회복을 위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재한 미얀마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서도 민감한 이슈로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미얀마와 같은 동남아 국가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미얀마는 군부가 힘이 세니까 비즈니스 사업 권한을 가진 군부와 결탁하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과거 중동 독재국가에서도 석유비즈니스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뇌물이 오가는 관행이 있기도 했는데, 적어도 자국민을 학살하는 세력의 경제발전을 도와주는 것은 문제 아니냐.”

3월 29일 통화한 유승민 전 의원의 말이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정치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는 현재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다.

3월 28일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미얀마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아시아에서 전쟁의 폐허 위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가 미얀마에서 실현되는 날까지 미얀마 국민을 적극 도와야 한다. (…) GDP가 세계 12위, 수출이 세계 6위라고 경제력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모범국가가 되려면 인류 보편의 가치에서 앞서가야 한다.”

■ 정치권 대권주자 한목소리로 쿠데타 규탄
여권 대권주자들도 미얀마 사태에 목소리를 보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41년 전 광주를 지원했던 해외의 손길이 지금 한국사회의 몫이 됐다”며 “훗날 역사는 물을 것이다. 미얀마 이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무엇을 했고, 광주 닮은 미얀마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었냐”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신과의 면담을 근거로 얀나잉툰·소모뚜 미얀마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미얀마 군부가 지명수배한 것과 관련, “이재명을 만나 국제사회가 미얀마 상황을 오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했다는 것이 수배이유인데, 공동대표들께서 제게 무슨 말을 했으며 어떤 발언이 왜곡됐는지 밝히지 않았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밝혀달라는 내용의 공식 요청 서한을 미얀마 군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군인들 앞에서 총을 쏘지 말라고 호소하는 수녀, 거리에서 헬멧과 보호조끼를 나눠주는 시민의 모습에서 1980년 5월의 광주가 떠오른다”며 “미얀마 군부는 총칼로 자국민의 민주주의 열망을 짓밟는 만행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국회 대응은 비교적 신속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월 3일 미얀마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군부 쿠데타 발생 이틀 만이다.

야당도 적극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당 의원 25명과 함께 발의한 결의안 ‘미얀마 인권과 민주주의 회복, 소수민족 탄압 중단 촉구결의안(대안)’이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서 채택됐다. 결의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로 규정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해 미얀마 군부 쿠데타 과정에서 구금된 정치인과 관계자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얀마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열리고 있는 규탄 기자회견에도 정치권이 나서고 있다.

3월 10일 박주민, 이재정, 김용민, 민형배, 신현영, 유정주, 이소영, 이탄희, 전용기, 최혜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은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등 재한 미얀마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다시 이튿날에는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 기자회견에는 전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용기 의원과 박용진 의원도 참석했다.

이에 앞서 3월 8일에는 민주당 소속 72명의 국회의원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폭력진압을 일삼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공동성명 및 결의안 채택 등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3월 12일에는 민주당 당원 1988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운동 지지성명도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서한과 관련, 비오티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3월 24일 답신을 보내 “여러분의 우려에 공감하며 미얀마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공개한 서한에서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021년 2월 22일 제46차 인권위원회 개회사에서 미얀마 군부에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구금한 사람들을 석방하며, 폭력사태를 중단하고, 최근 선거에서 표출된 인권과 미얀마 국민의 의사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며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도 이러한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모든 관련 당사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미얀마 군부 독재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과 관련 정부와 시민사회 차원의 체계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도 열렸다. 박찬대, 이용빈, 강민정 의원 등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과 사단법인 한·미얀마연구회가 주최한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방안 마련 세미나’가 대표적이다.

한편 이용빈 의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어 부르는 운동을 제안했다.

국회의원부터 시작해 시민이나 작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각자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만들어 제출하면 편집해 미얀마어 자막을 입혀 SNS에 공유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3월 31일 이 의원실에 따르면 우선 만들어질 국회의원편은 이용빈, 송영길, 우원식, 이용선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2명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총 13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이어 부르기도
원외 정당이지만, 녹색당은 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군부 합작사업 규탄 및 자금 지급 중단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3월 25일에는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녹색당뿐 아니라 미래당·정의당도 연서명을 하고 항의행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녹색당 차원에서는 지난 3월 27일 전 세계 녹색당에 공동행동을 요청했고, 인도와 일본, 레바논 녹색당에서 연대행동에 나선 사진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얀마에 나간 모든 기업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며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대한 지원 중단은 이미 미얀마 쪽에서 요청해 연대한 것”이라며 “현지에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초국적 기업의 군부 지원 요청을 다급하게 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에서 재석한 256명의 의원 찬성으로 통과된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결의안과 관련 유일한 기권 1인으로 표시됐던 이규민 민주당 의원은 4월 1일 기권한 이유를 묻자 “당시 실수로 잘못 눌러 바로 정정해 찬성으로 바꿨다. 내가 기권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말했다. 국회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결의안은 여야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셈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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