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체전, 전국체전 체질개선..종목별 개최로 바꾸자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2021. 4. 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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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2019년 10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이 열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위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이준헌 기자


얼마 전, 대한체육회는 오는 5월 예정된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를 종목별 겸임대회로 대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종목별 전국대회 중 비중이 큰 대회를 소년체전으로 겸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개최지 미선정으로 인한 잠정 조치다. 소년체전은 전년도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개최지에서 이듬해 열려왔다. 지난해 구미 전국체전이 무산되면서 올해 소년체전 개최지가 없다. 기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소년체전, 전국체전 개최 구조를 수정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초등체전, 중등체전으로 각각 분리하자 : 지금 소년체전에는 초등부(13세 이하), 중등부(16세 이하)가 함께 참가한다. 물론 경기는 초등부, 중등부가 구분돼 진행된다. 기자는 초등부는 기초운동능력 측정 중심으로, 중등부는 종목 중심으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초등부는 단체종목, 구기 종목 선수로 출전하기는 이른 시기다. 육상, 수영, 체조 등을 익혀 신체 균형을 잡고 고른 운동능력을 강화할 때다. 중등체전은 성인과 비슷하게 종목별로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 중학생은 신체적으로 어느 정도 완성되는 나이다. 중등부는 직업 선수 길에 계속 도전할지, 운동을 즐기는 선에서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때다. 중등체전은 다양한 진로체험이 포함된 학생축전 개념으로 열리는 게 좋다.

■고등부는 지금처럼 전국체전에 포함돼야 한다 : 스포츠혁신위원회는 고등부를 전국체전에서 떼어낸 뒤 소년체전과 묶어 초중고 학생체전을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한다. 고등부는 성인급 경기력을 갖추는 나이다.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고등부면 직업 선수 길로 들어갔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따라서 고등부는 대학부, 일반부와 함께 전국체전에서 기량을 겨뤄야 한다. 지금 전국체전 경기는 세부종목에서는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가 분리돼 개최된다. 종목에 따라 부분적으로 함께 경쟁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물론 지금처럼 모두 분리돼 치러도 괜찮다. 대학, 일반부 선배는 고등부에게 미래 경쟁자다. 미래 경쟁자는 도전의식을 고취하고 강한 동기를 주는 존재다.

■‘종목별 체전’ 확대 : 지금처럼 소년체전, 전국체전을 종합대회로 개최하는 이점도 있다. 대형 스포츠 콤플렉스 시설 구축 및 이용, 지역 예선을 거친 명실상부한 전국대회로서 갖는 무게감, 모든 종목을 아우르는 종합대회가 주는 상징성 등이 그렇다. 반면 실효성이 낮은 일회성 대규모 행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국내외 종합대회가 열릴 때마다 전국 곳곳에는 대동소이한 대규모 스포츠 콤플렉스가 조성됐다. 대규모 콤플렉스는 더이상 지을 필요가 별로 없을 정도로 이미 많다. 그리고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출현, 도시 인구 집중화, 저출산 고령화 추이, 개별화·전문화·개인화 트렌드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콤플렉스가 필요한 시기도 많이 지났다. 이제는 사각지대에 작은 시설을 추가로 짓거나, 기존 대규모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까가 관심사다. 단발성 대규모 행사 개최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종목·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부가가치를 꾸준하게 창출할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한 때다.

제97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이 2016년 10월 충남 아산에서 개최되고 있다. 연합뉴스


■궁극적으로는 ‘종목 중심’만이 살길이다 : 기자는 종목 저변 확대 및 인프라 확충, 선수 및 지도자 육성, 종목별 스포츠 거점도시 구축 등을 위해서 앞으로 모든 체육 행정은 종목, 종목단체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종목들을 한데 묶어 놓으면,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해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반면 해당 종목 관계자, 지도자, 선수들은 종목 발전을 위한다면 대승적 합의를 이룬 뒤 힘을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초등체전, 중등체전, 전국체전이 모두 ‘종목별’로 개최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궁극적으로, 종목별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스포츠 거점도시들이 대거 구축될 것이다. 거점도시는 팀이 많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선정하면 된다. 축구처럼 팀이 전국에 고르게 많이 분포돼 있거나, 팀 수가 적어도 어느 정도 그룹을 이루면서 모여 있는 경우에는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 거점도시를 여러 개 정하면 된다. 만일 거점도시에서 종목 대회가 계속 개최된다면, 종목 선수, 지도자, 관계자, 식구 등 꾸준히 그곳을 찾을 것이다. 종목별 인프라를 거점도시에 집중적으로 확충하면 훈련·대회 환경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성인팀 관계자, 해당 종목 융복합 스포츠산업계, 해당 종목 외국팀도 그곳을 찾을 것이다. 이게 종목도 살고, 산업도 살고, 지역민도 사는 진정한 스포츠 거점도시 모습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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