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수사' 시작도 하기 전에..위기에 빠진 공수처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최재서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첫발을 채 떼기도 전에 최대 위기에 몰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이하 김학의 사건)을 넘겨받은 시점부터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미숙한 업무 처리에 석연치 않은 해명을 반복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특혜 조사' 의혹 속에 공정성 논란에까지 휩싸이며 수사 착수에 난항을 겪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의 사건' 이첩-재이첩 과정부터 곳곳서 헛발질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에 대한 '특혜 조사' 논란의 시발점이 된 김학의 사건 이첩 과정에서부터 공수처는 사실상 주도권을 잃었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서 수원지검의 출석 요구를 여러 차례 무시해온 이 지검장이 2월 말 진술서를 통해 "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공수처가 침묵하던 중 수원지검은 지난달 3일 이성윤 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관련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고, 공수처는 장고 끝에 검찰 재이첩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수원지검에 '사건을 수사한 뒤 다시 송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전 협의 없이 검경 사이에 사용되는 '송치'라는 단어를 써 검찰을 자극한 것이다.
이후 지난달 16일 김 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에 출석해 같은 달 7일 이 지검장과 면담한 사실을 뒤늦게 시인하며 '비공개 조사' 파문이 터졌다.
김 처장이 검사 면접을 이유로 질문을 피하는 사이 ▲ 조서 미작성 ▲ 출입 미기록 ▲ 관용차 제공 ▲ 비서관 특혜 채용 등 각종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이성윤 비공개 면담' 석연치 않은 해명도 논란 증폭
공수처는 이후 석연치 않은 해명을 이어가면서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특히 관용차를 이용해 이 지검장을 '에스코트 조사'했다는 부분은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먼저 김 처장이 이 지검장을 만난 사실을 밝힌 건 면담 뒤 9일이 지난 시점으로 사실상 피의자를 조사한 사실을 숨겨오다 얼떨결에 공개한 셈이 됐다.
김 처장은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데 대해 '적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했다'고 해명했다가,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를 적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고 있어 가급적 주요 사건은 면담 신청을 받는 게 원칙"이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해명도 내놨다.
그러던 중 김 처장이 이 지검장을 제네시스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데려왔다는 영상이 지난 1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공수처는 "보안상 이유였다"는 짧은 답변만 내놓다가 같은 날 밤 9시께 "관용차 2대 중 (처장의 차량 외) 2호 차는 체포 피의자 호송용으로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라 이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보안상 이유라면 이 지검장이 차를 바꿔 탈 이유가 없고, 차량이 부족했다면 호송용을 제공하는 게 오히려 더 적절하지 않았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처·차장 검사 2명의 한계?…수차례 강조했던 공정성 훼손
결국 이번 논란은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판사 출신의 검사 2명이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실수'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공수처에 수사 절차를 정확히 아는 검사 출신이 단 1명이라도 있었다면 '이성윤 비공개 면담'은 애초 성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공수처가 검찰과의 갈등 국면에서 다소 침착하지 못했다는 점도 엿보인다. 검찰과의 협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자 김 처장이 "검찰에서 나온 거냐"고 민감한 모습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적 논란 속에 출범한 공수처 특성 탓이라는 해석도 있다. 검사 선발 등 조직 구성에 집중해야 할 출범기임에도 정치적 공격에 지속해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이성윤 비공개 면담' 논란은 이미 김 처장이 여러 차례 강조해온 '공정한 수사'에 오점을 남겼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처장의 사퇴·공수처 폐지까지 거론돼 '4월 수사'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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